좋은 아이디어 떠오를 땐 "포레카"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 2009.09.17 13:08

[머니위크]포스코 창의놀이방 포레카 엿보기

"자, 오늘은 자연을 주제로 한 그림 공동작업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조별로 어떤 그림을 그릴지 상의해 보세요."

강사의 말이 떨어지자 난상토론이 벌어진다.

"산이나 강, 나무나 하늘이 자연을 대표하는 소재 아닐까?"
"저는 자연하면 싱그러운 잎사귀에 물방울이 떨어지는 찰나에 햇살이 반사되는 모습이 상상되는 걸요."
"오~"

떠나갈듯한 호응을 얻은 아이디어가 두말할 것도 없이 작품의 최종 콘셉트로 결정됐다. 그리고는 각자 맡은 영역을 신나게 칠해나간다. 30여분 후 그림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냈다.

9월9일 오후 1시30분 포스코센터 동관 4층 포레카 예감창(藝感創)룸. 다른 회사 같으면 업무를 재개할 시간이지만 포스코 조직문화혁신그룹 17명은 펜과 컴퓨터 대신 붓과 캔버스에 매달려 있다.

머리가 벗겨지기 시작한 차장에서 아직도 회사가 생소한 인턴사원까지 앞치마를 두르고 붓을 쥐고 있는 폼이 영락없는 미술학도다. 작품발표 시간에 이르자 서로의 그림을 보면서 '훌륭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다른 조는 조금 전 회사 앞에서 한 영농조합이 무료로 시식하라며 나눠준 포도를 소재로 했다. 설마 조금 전 먹은 포도가 소재가 될 줄 몰랐던 조원들은 "어찌하다보니 그렇게 됐다"면서도 작품이 완성되자 연신 "잘 그렸다"를 연발한다.

또 다른 조 역시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인상파 화가의 그림 같다는 강사의 칭찬에 조원들이 환호한다. 그러고 보니 제법 고흐의 그림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

1시간 정도의 프로그램이 끝나고 앞치마를 벗고 다시 사무실로 올라가는 직원들의 얼굴에서 만족감이 배어나온다.

◆"임산부는 안계셨죠?"

오후 2시50분경 브레인샤워룸에서는 난데없는 풍선 터지는 소리가 난다. 강사가 "풍선 속에 숨어있는 알파벳을 찾아 'POREKA'를 완성시키는 게임"이라는 설명에 따른 것이다. 부서별 기록경기라는 말에 핀을 들고 마구잡이로 풍선을 터트리는 직원, 전등에 비춰 내용물을 확인하는 직원 등 각자의 방법으로 글자를 찾는다.

"우리 부서가 신기록이죠?"라는 한 직원의 질문에 강사는 "첫 기록입니다"라며 받아친다.

곧이어 자신을 돌이켜보는 명상의 시간이 시작된다. 사회적 신분을 제외하고 나 자신의 특장점을 생각하라는 강사의 주문이 이어진다.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처럼 산업화의 부품같이 움직이는 나에서 탈피하는 시간이다. 명상 전 영상에서 "오늘 몇 번이나 웃었나요"라는 질문이 프로그램 참여자의 허를 찌른다.

사회공헌그룹 소속 17명이 참여하는 프램트 워크샵 명함만들기 프로그램의 일부다. 프램트는 독일어로 '낯설게하다'는 뜻으로 프로그램 역시 이름에 걸맞게 낯설게 느껴진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영상 촬영을 함께 진행해 포스코 직원 1400여명의 다큐를 제작한다는 강사의 설명이 덧붙여졌다.

이 프로그램에는 청바지라는 드레스코드가 있다. 편한 복장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자유로운 마음을 갖게 하기 위함이다. 좌석도 다양하다. 푹 파묻혀 한번 앉으면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은 쿠션에서부터 한없이 기대고픈 가죽 소파까지 일과 중에 상상할 수 없던 일들이 이곳에서 벌어진다.

◆休ㆍ創 두마리 토끼 잡기

포스코 포레카 입구에는 목욕탕의 아르키메데스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포레카는 아르키메데스가 외친 '유레카'와 포스코를 합친 말로, 9월2일 임직원의 창의력 향상과 창의문화 조성을 위해 만들어진 사내에 놀이공간이다.

1190㎡의 면적에 휴식, 펀, 스터디 공간으로 구성됐다. 인문 예술 체험활동 공간인 예감창룸을 비롯해 아이디어 창조공간인 브레인샤워룸, 아날로그 게임과 최신의 터치테이블 게임, 북카페와 쉼터, 회의나 수다떨기에 안성맞춤인 사랑방과 다락방 등 구성도 다채롭다.

개관한지 1주일이 지난 이날, 아직 많지는 않지만 곳곳에 직원들이 피로를 푸는 모습이 보인다. 동료로 보이는 남자 직원 둘은 동작으로 인식하는 야구게임에 열중이고, 다른 한 편에는 임원인 듯한 남자가 골프게임에 빠져 있다. 사랑방에는 여직원 둘이 수다를 떨고, 알 모양의 소파에서는 한 남자가 잠시 눈을 붙이고 있다.

일단 포스코 내부에서는 포레카 운영에 긍정적이다. 직원들의 재충전과 함께 창의력을 끌어올리는 훈련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시각 이미지 재창조 프로그램에 참여한 황윤이 씨는 "서로 교감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직원들과 친밀해지는 기회가 된 것 같다"면서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전한다.

일과 후 배우는 전문교육에도 많은 직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다. 조직문화혁신그룹 김보영 씨는 "음악, 미술 등 예능활동에 상당한 수준을 보이는 직원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면서 "직원들의 창의력 향상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간부들도 적극적이다. 자체적으로 음료를 제공하는 샘터에서 임원들이 손수 사용한 컵을 씻을 정도다. 한 관계자는 "간혹 간부들이 관리자에게 '술 먹고 이곳에서 잠을 자는 부원이 있으면 신고해 달라'거나 '혹시 사내 연애하는 커플은 없냐'고 정보 요구를 하기도 하지만 모두 웃자고 하는 이야기"라며 포레카가 생긴 이후 나온 임원들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포레카 이용 기준은?

포스코 직원은 빌딩 속 파라다이스 포레카를 최소 월 4시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시간을 체크하지 않기 때문에 전적으로 개인 자율적인 판단에 따른다. 창의력 개발 프로그램은 부서단위로 2시간가량 전 사원이 참여하고 나머지 2시간 이상은 개인 몫이다.

개관 1주일 현재 20~30분 정도 쉬러 오거나 창의적인 발상을 요구하는 회의를 할 경우에 주로 찾는 분위기다.

주말에는 포스코 직원의 가족들도 이용할 수 있다. 개관 첫 주말에 찾은 가족을 살펴 본 결과 자녀들의 호응이 가장 뜨거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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