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그먼, 위기1년 진단]경제학자의 실패(4)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 2009.09.09 14:33
◇위기 이후의 경제학-사람들은 합리적이지 않다!◇

경제위기는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을 모순으로 밀어 넣었다.

시카고 학파의 케시 멀리건(Mulligan)은 실업률 증가가 자발적인 노동 거부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근로자들이 그들이 일을 하지 않아도 될 만한 금융적인 인센티브에 직면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코크란은 높은 실업률이 좋은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우리에게는 일자리의 이동을 위해 경기침체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크루그먼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미쳤다고 일갈했다(I think this is crazy). 무려 670만 명에 달하는 실직자들이 다른 일자리를 찾아 나서기 위해 자발적으로 그만뒀다는 주장은 비상식적이라는 것이다.

크루그먼은 "만약 모든 경제 주체들이 완벽하게 합리적이며 시장은 완벽하게 효율적이라는 가정에서 시작하고 싶다면, 당신은 실업이 자발적이며 경기침체는 바람직하다고 결론 내려야 한다"고 비꼬았다.

학문으로서의 경제학이 위기에 처한 이유는 경제학자들이 '완벽함'의 비전에 빠져 들었기 때문이다.

크루그먼은 이런 점에서 행동 금융학(behavioral finance)을 주목한다. 투자자들은 최근 몇 년 간 집값이 오르면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라 생각하는 등 인지적 왜곡에 쉽게 빠지곤 하는데, 행동 금융학에서는 이러한 경제주체의 비합리성을 인정한다.

행동금융학은 실제 세계에서는 많은 투자자들이 효율성 시장 이론의 합리적 투자자들처럼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투자자들이 합리적 투자자로서 행동하려고 해도 신용과 제한된 담보의 압력 때문에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없게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행동경제학처럼 시장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는 경제학(flaws-and-frictions economics)은 주변부에서 점차 중심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크루그먼은 이제 경제학자들이 '불확실함'과 동거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크루그먼의 제언은 3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경제학자들은 금융시장이 '완벽'과는 먼 곳에 있다는 불편한 현실을 마주쳐야 한다.

다음으로 케인지언 경제학이 경기침체와 공황을 이해하는 데 최선의 틀이라는 것을 시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제학자들은 금융 현실을 거시경제학으로 포함시키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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