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점유율 경쟁' 늪에 빠진 카드업계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 2009.09.09 08:32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 속에서 국내 신용카드업계는 강한 내성과 건전성 관리능력을 입증했다.

카드업계는 2003년 카드대란을 거울삼아 이후 리스크관리에 역점을 뒀고 그 결과 연체율은 지난 6월말 현재 3.10%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상반기 카드사용실적에서 현금대출성 자산(현금서비스, 카드론)이 차지하는 비중을 2003년에 비해 27%포인트나 낮추며 영업포트폴리오를 개선한 점이 주효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시 영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각 카드사에서 포착된다. 이번 상반기 결산 이후 업계 2, 3위가 바뀌면서 카드시장내 점유율(MS) 경쟁이 화두로 떠오르고 언론이 이를 보도하면서 경쟁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카드대란을 이미 경험한 업계 인사들은 과열조짐이 보이는 MS 경쟁을 바라보며 '대란의 추억'을 떠올린다. 이들은 지난 카드대란의 한 원인으로 당시 업계간 치열하게 전개된 MS 경쟁을 지적한다.

특히 당시 1, 2위 회사간 MS 경쟁은 금융권의 화젯거리로 떠올랐고 언론에선 매달 회사별 실적기사를 내보내며 과당경쟁을 유발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이같은 순위경쟁은 관객 입장에선 재밌는 가십거리일 수 있으나 당사자들은 이런 분위기에 떠밀려 치열한 생존경쟁을 펼쳤다"고 회고했다.


경기가 회복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나오지만 가계부채 상환능력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조사되는 등 위기는 여전하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 카드사들이 영업을 강화하면 자산부실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시장점유율을 산출하는 기준도 카드사들의 자산부실화를 부추길 개연성이 다분
하다. 통상 카드사용액에는 개인신용판매와 현금서비스, 카드론, 기업구매카드가 포함되기 때문에 카드사들은 현금대출성 자산을 늘려 MS를 확대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게다가 잇단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신용판매 수익성이 날로 악화추세인 점도 카드사들의 이런 유혹을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한다.

하나카드 분사가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한 MS 순위경쟁은 카드사 건전성 악화의 또다른 불씨가 될 수 있다. 그간 역점을 둬온 건전성 관리기조를 당분간 유지하면서 신기술 및 신사업 영역과 같은 블루오션을 개발하고 해외시장 진출방안 등을 모색하는 게 카드업계가 상생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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