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영업부진' 틈새 노리는 사기단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 2009.09.07 07:05

[명동풍향계]"40억 입금계좌 빌려주면 200억 주겠다"

전문사기단이 명동 사채업자를 솔깃한 '사업'으로 유혹하고 있다. 명동의 전주들이 단시일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한 건'을 찾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서다.

명동의 주요 영업인 어음할인은 중소 건설사들의 위기가 계속되고 코스닥 업체들에 대한 불신이 여전해 크게 위축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사기단의 행보도 최근 빨라졌다고 한다.

명동 관계자는 "명동의 영업이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일부 사채업자가 부동산 투자 등으로 큰 수익을 냈다는 소문이 돌면서 명동에서도 한탕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세탁 자금 대면 수익 50배"=명동에서 대부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얼마 전 지인에게 낯선 제안을 받았다. 정부가 과거 정권의 불법 정치자금을 양성화하는 작업을 비밀리에 추진 중인데, 이에 필요한 자금을 대면 최고 50배의 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지인은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정부가 양성화한 비자금을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사용할 계획이라면서 배경까지 설명했다. 아울러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뒤 쪽에 이 일을 전담하는 비밀기관이 있다면서 이와 관련한 사진과 서류 등도 제시했다.

A씨는 "비자금을 양성화하려면 자금세탁용 예금계좌가 필요하니 40억원이 입금된 계좌를 빌려주면 1주일내 200억원으로 되돌려주겠다고 제안했다"면서 "신뢰하기 힘든 제안이라 거절했지만 지인이 평소 행실이 반듯하던 터라 상당히 혼란스러웠다"고 전했다.

◇위조채권 활용 사기도=위조된 고액의 해외채권도 사기행각에 활용된다. 최근 명동의 한 업체는 액면가가 수천억원대인 해외채권과 수백억원의 현금이 예치된 통장을 든 이들의 방문을 받았다.


그들은 보유 중인 채권을 전문기관에 맡겨 현금화할 계획인데 그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대면 수일 내 10배 이상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시장에 채권을 매각하지 않고 전문기관에 매각하면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도 했다.

이처럼 주장이 황당하지만 구체적인 자료와 함께 자금동원 능력까지 과시해 명동에서도 종종 속아 넘어가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럴 듯한 이유를 대기 위해 위조된 해외채권만 사용하는 게 사기수법의 한 특징이다. 법조인이나 경찰 출신조차 당할 정도로 사기단의 수법은 치밀하다.

명동 사채업체 관계자는 "얼마 전 중국의 대형 범죄조직이 보유한 해외채권을 현금화하려 한다며 자금을 빌려달라는 제안을 받았다"면서 "이들은 2억원을 대면 30억원으로 되돌려주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명동의 사기행각은 새정부가 출범하거나 경기침체기에 주로 발생한다고 한다. 정부 출범 직후에는 전정권에서 마련한 비자금이, 경기침체기에는 부동산이나 채권이 주요 '재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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