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회장 징계 파장 확산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 2009.09.04 18:10

금융권 '황영기 신드롬' 우려… KB금융, 경영 전략 차질 불가피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문책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권은 '황영기 신드롬'을 우려하고 있고, 업계 판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황 회장의 조직 장악력이 약해지면 KB금융의 인수·합병(M&A) 전략 등에도 차질이 예상되는 탓이다.

공적자금 투입기관에 대한 감독 소홀의 책임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위기 따른 불가피한 손실 책임을 과거 최고경영자(CEO)에게만 가혹하게 물은 탓이다. 황 회장의 반격 카드와 그의 거취도 관심거리다.

◇'황영기 신드롬' 우려= 위험한 파생상품 투자.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소홀. 금감원이 황 회장에게 '직무정지'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가한 근거다. 이로 인해 우리은행이 1조원이 넘은 손실을 입었다는 것.

하지만 이번 사건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금융위기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금융권이 금융당국의 결정이 너무 과하다고 보는 이유다. 나아가 KB금융은 물론 금융권 전체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가의 변양호 신드롬처럼 금융권에도 이른바 '황영기 신드롬'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은 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으로 기소됐다. 그 여파로 공무원 사회에서는 책임지는 일을 회피하는 풍토가 만연했다. 금융회사 경영진 사이에도 '제2의 제3의 황영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투자 결과만 놓고 사후적으로 책임을 묻는다면 앞으로 경영진들이 고위험 상품보다 안전 자산에만 매달릴 것"이라며 "앞으로 M&A, 구조조정, 해외시장 개척 등 중대한 사안에 대해 적극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KB지주 성장 전략 차질= KB금융의 경영전략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KB금융은 출범 1년 만에 황 회장 주도로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등 지주사로서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 증권·보험사 인수를 의욕적으로 추진했고, KB금융은 M&A 업계의 핵심의 눈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황 회장 징계라는 암초가 나타났다. 법적으로 현직 유지에 문제는 없지만, KB금융은 이사회 권한이 막강하다. 연임이 불가능해 황 회장의 입지가 좁아지면 각종 경영 전략의 추진력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황 회장은 평소 국민은행에 치중된 자산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KB금융의 수익구조가 크게 개선될 수 없다며 증권 보험사 인수를 통한 비은행 부분의 강화를 강조했다"며 "황 회장 입지가 흔들리면 비은행 부문 강화 전략이 답보를 보이며 지주 전체 성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EO로서의 평판과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게 된 만큼 황 회장이 스스로 사의를 표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B금융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KB금융은 황 회장이 비은행 부문을, 강정원 행장이 은행 사업 부문을, 김중회 사장이 그룹 지원을 맡고 있다.

◇행동반경 축소된 황 회장 거취는= 황 회장은 정상적으로 업무를 소화하며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다. KB지주 관계자는 "제재 양정이 구형된 것일 뿐 선고된 것은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금융위가 제재 수위를 확정한 뒤에야 황 회장의 입장 표명이 있을 거란 의미다.

하지만 황 회장이 커낼 카드는 마땅치 않다. 현직 유지에 문제는 없지만, 징계 안이 최종 확정되면 사퇴 압력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회장직을 유지하면서 제재의 부당함을 행정 소송을 통해 가릴 수도 있다. 황 회장 성격상 조직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미련 없이 회장직을 버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임 후 명예회복을 위해 소송에 나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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