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수 노랗다면 말을 갈아타라. 당장!

김중근 마크로 헤지 코리아 대표 | 2009.09.09 10:01

[머니위크 커버]갈아타기 완정정복/ 주식

친한 친구가 상의할 일이 있어 당신을 찾아왔다고 하자. 사연인즉 지금 사귀는 사람이 있는데 처음에는 키도 크고 얼굴도 훤칠하게 잘생겨서 결혼까지도 생각했다는 것. 그런데 차차 사귀면서 알고 보니 변변한 직업조차 없는데다 아예 돈을 벌 궁리는 하지 않고 심지어 성격도 포악해 걸핏하면 술을 마시고는 자신을 못살게 군다고 한다.

친구는 "지금이라도 헤어질까 아니면 그래도 그동안 사귀면서 쌓인 정이 있으니 그냥 참고 결혼할까"라고 묻는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대답할까? 십중팔구 사람들은 “당장 헤어지라"고 답할 것이다.

“그래도 쌓인 정이 있지 않니”라고 친구가 말한다면, 당신은 ”정은 무슨 놈의 얼어 죽을 정? 그게 밥 먹여 주냐?“라고 말할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덧붙여 “세상에 남자(혹은 여자)가 그 사람밖에 없냐?”라고 힐난할 터. 당신은 친구가 참으로 답답하다. 그가 한심해 죽겠다.

자, 이번에는 당신 차례다. 당신은 오래 전에 매수한 주식을 아직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그게 말썽이다. 다른 주식은 잘도 올라가는데, 하필이면 당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영 올라가지 못해 당신의 속을 끓인다. 세상에 제일 참기 힘든 일은 ‘배고픈 것’이 아니라 ‘배 아픈 것’이다.

그 놈의 주가가 오르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처음에는 우량한 회사라고 생각해 매수했는데 알고 보니 재무구조가 신통치 못하고 실적도 적자투성이다. 업계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고, 앞날의 전망도 밝지 못하다. 이 노릇을 어찌할까?

당신의 친구에게 “지금이라도 과감하게 헤어져라! 정이 무슨 소용 있어?”라고 조언한 당신의 논리라면 당연히 그 주식을 지금이라도 팔아야 한다. 소위 말을 바꾸어 타는 것이 정답이다. 앞날의 전망이 신통치 못한 주식을 빨리 팔고, 그 돈으로 유망한 주식을 매수해 그동안 잃었던 손해를 벌충해야 하는 것이 옳다. 그게 정답이다.

주식시장에는 그 주식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당신의 친구에게는 헤어지라고 쉽게 충고할 수 있었지만 정작 그게 당신의 일이 되면 쉽사리 결단하지 못한다. 막상 팔려고 하니 과거의 쓰라린 경험이 새록새록 생각나기 때문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과거의 경험이란 당신이 주식을 팔자마자 하필이면 그때부터 주가가 훨훨 날아가 버려 마치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식이 되었던 경험 말이다.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후회에 작위(作爲) 후회와 부작위(不作爲) 후회가 있다고 말한다. 작위 후회란 어떤 행동을 하고 난 연후에 그 행동에 대한 후회를 의미하고, 반면에 부작위 후회란 어떤 행동을 하지 않은데 대한 후회를 말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A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자. 이때 거래하는 증권사의 직원이 A전자의 전망이 좋지 못하니 B전자 주식으로 갈아타라고 권한다. 당신은 그 권고를 받아들여 A전자를 팔고 B전자 주식을 매수했다. 그런데 만일 그때까지 영 움직이지 않던 A전자의 주가가 하필이면 당신이 주식을 팔자마자 내리 날아가기 시작했다고 하자.


반면에 당신이 갈아탄 B전자의 주식은 그때부터 영 신통치 못하다. 이럴 때 당신은 “내가 왜 A전자 주식을 팔았을까!”라며 후회할 수밖에. 이런 경우의 후회가 바로 A전자를 매도한 행위에 대한 후회다. 즉 작위 후회다.

반대로 이번에는 이런 상황을 생각해보자. 당신은 증권회사 직원의 권고를 무시하고 그냥 A전자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당신이 보유하고 있는 A전자의 주가는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 반면 B전자의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럴 때 당신은 “내가 왜 A전자를 진작 팔지 않았을까”라고 후회할 것이다. 이런 경우의 후회가 바로 A전자를 매도하지 않은 행위에 대한 후회다. 즉 부작위 후회다.

작위 후회와 부작위 후회, 어느 쪽이 더 강력할까? 물어볼 것도 없다. 작위 후회가 훨씬 강력하다. 작위 후회는 자신이 애써서 어떤 결정을 내렸는데 그게 잘못된데 따른 후회이므로 그냥 가만히 있으면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데 따른 부작위 후회에 비해 심리적으로 훨씬 더 강력하게 작용한다. 후회막심이다. 내가 그 좋은 주식을 왜 팔아버렸을까? 밤에 잠도 안 온다. 사람들은 쉽사리 현재의 상황을 바꾸는 행동을 하지 못한다.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오르지 않아서, 혹은 그동안 손해가 심해서 당장에라도 팔고 싶지만 사람들은 작위 후회가 두렵다. 행여나 내가 팔자마자 주가가 내리 올라서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게 되면 어쩌나 그게 겁나는 것이다. 그러기에 아무리 수익이 신통치 못한 주식이라도, 아무리 전망이 불투명한 주식일지라도, 그동안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쥐고 간다. 막연히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이 되지 않듯 이제까지의 주가 움직임이 좋지 못하고 전망도 밝지 못하던 주식이 갑자기 신데렐라가 될 수는 없는 법이다.

후회를 두려워할 일은 아니다. 어차피 인간은 후회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행동이 나중에 잘못된 결과를 초래해도 후회하지만,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는데 차라리 행동을 취하는 것이 옳았더라도 역시 후회하는 법이다. 따라서 이래저래 후회하기 마련이라면 결과가 좋게 나타날 확률이 높은 쪽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그동안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움직임이 좋지 못하였다면 과감하게 팔고, 다른 주식으로 말을 갈아타는 것이 정답이다.

더구나 주식은 사람이 아니다. 인간이라면 그 정에 보답할 줄 안다. 아무리 포악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도 사랑과 정성으로 대하면 개과천선할 수 있다. 그러나 주식은 그럴 줄도 모른다. 당신은 그동안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사랑하고 그 주식에 정이 들었을지도 모르나 주식은 당신의 사랑을 되갚을 줄 모른다. 아무리 길게 보유해 봤자 소용없다. 싹수가 노랗다면 지금이라도 말을 갈아타라.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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