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중징계' 1박2일 회의 보니…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 2009.09.04 14:05

황영기 前행장 측 반론에만 3시간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사진·현 KB금융 회장)을 비롯해 금융권에 무더기 징계를 내린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마라톤 회의였다. 지난 3일 오후 2시30분 시작된 회의는 자정 무렵 휴회한 뒤 속개하는 등 '1박2일'의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했다.

잠깐의 식사를 제외한 회의 시간만 꼬박 12시간에 달했다. 심의위원들과 당국자들은 회의실 밖 출입도 거의 삼간 채 오로지 '심의'와 '토의'에 매진했다. 워낙 굵직한 금융 현안에다 중량급 인사들이 제재 대상에 오른 터여서 시간이 더뎠다.

◇'키코' 불완전판매 제재 유보= 첫 번째 안건은 은행의 키코 상품 불완전 판매 제재건. 은행 측은 강력히 반론을 폈다. 하영구 씨티은행장도 직접 회의장을 찾아 위원들을 설득했다.

이후 위원들간 제재 여부와 수위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결국 환헤지 상품인 '키코'를 충분한 설명 없이 판매한 은행들에 대한 제재 안건은 의결이 보류됐다. 힘든 회의 일정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황영기 측 장시간 반대 진술= 이후 제재심의위는 농협, 우리은행, 신한은행에 대한 종합검사 결과에 대한 심의를 시작했다. 안건별로 '설명→반론→토의→의결'하는 기존 방식 대신 모든 안건의 설명을 듣고 이후 건별로 반론과 토의 절차를 진행하는 방식을 택했다.

안건 설명 뒤 다뤄진 첫 안건이 바로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 징계건. 황 전 행장의 대리인으론 법무법인 세종의 변호사가 나섰다. 반론은 예상보다 길어져 3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대리인은 반대 진술 후 회의장을 떠났고 징계 의결을 위한 토의는 도시락 저녁 식사 뒤에 속개됐다.

◇격론 끝 중징계= 금감원 및 금융위원회 간부 4명과 민간 전문가 3명으로 구성된 제재심의위원들간 논의는 치열했다. 징계 타당성과 수위를 놓고 격론이 펼쳐졌다.

비슷한 투자를 해 손실을 본 다른 은행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지적됐다. 반면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책임을 물어 더 강한 규제를 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도 나왔다.

토의 중간 중간 빠른 결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결국 밤 11시20분께 당초 금감원이 마련했던 징계안(직무정지 상당)이 의결됐다.


황 전 행장의 후임인 박해춘 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과 당시 수석 부행장이었던 이종휘 우리은행장 등 임직원에 대한 징계는 조용히 마무리됐다.

◇기관 제재 놓고 눈치보기?= 속도를 낼 것 같던 심의위원회의 발목을 잡은 것은 우리은행에 대한 제재 문제. 우리은행에 대한 '기관 경고'엔 위원간 이견이 없었다.

다만 우리은행이 처한 특수한 상황이 문제가 됐다. 감독규정에 따르면 3년 이내에 기관경고를 3번 이상 받은 금융회사는 가중 제재가 가능해 '영업 일부정지' 조치가 내려질 수 있는데 우리은행에 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규정에 따라 기관경고와 이에 따른 일부 영업정지를 안건으로 올렸다. 이에 공적자금 투입 은행의 기업 가치 하락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기관경고만 하자는 의견이 대두됐다.

한편에선 금융위에 상정해 최종 결론을 짓자는 의견이 나왔다. 기관경고만 할 경우 금감원장 자문기구인 심의위원회의 '월권' 논란 소지가 있다는 이유였다. 이는 결국 우리은행 징계의 책임을 어디서 지느냐로 귀착된다. 실제론 금융위와 금감원간 신경전을 벌였다는 얘기다.

두 의견은 한 시간 가까이 맞섰고 결국 일부 영업정지 안건을 금융위 회의에 부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우리은행 관련 징계 절차가 마무리된 시점이 4일 0시 30분. 신한은행과 농협 검사에 대한 징계건은 토의조차 못한 상태였다.

이장영 금감원 부원장(제재심의위원장)이 휴회를 선언하고 오전 7시 속개한다고 밝히면서 '마라톤 회의'는 '1박 2일' 회의로 바뀌었다. 재개된 회의에선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주의적경고)과 정용근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문책경고)에 대한 징계가 의결됐다. 회의가 끝난 시점은 10시30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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