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제2, 3의 '황영기 신드롬' 나올까" 우려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정진우 기자 | 2009.09.04 11:56
금융감독원이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현 KB금융 회장)에게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내린 건 과도하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황 회장의 '투자손실'이 아닌 '은행법 위반'을 문제 삼았으나, 징계의 출발점은 1조6200억 원의 부채담보부증권(CDO), 신용부도스와프(CDS)의 손실이었다. 결국 황 회장의 과거 경영성과가 문제가 됐다는 얘기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4일 "황 회장의 투자 결정은 적절했지만 시기적으로 좋지 않아 결국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그 때는 또 세계적인 금융기관들이 앞 다퉈 투자하고 그래도 누구 하나 문제 있다고 하지 않았던 때였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당시 금융당국에서도 은행들의 수익원 다변화를 위해 투자은행(IB) 업무 활성화를 독려했었다"며 "황 회장이 각종 법규를 어겼었어도, 투자손실만 나지 않았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손실을 입었는지 개별적인 판단착오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는지 냉철하게 따져야 한다"며 "우리가 모델로 삼았던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줄줄이 파산했는데, (황 회장을) 너무 한쪽으로 몰아가면 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금융권 최고경영자들의 경영활동에 대한 평가 시스템의 원칙이 제대로 마련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제2, 제3의 황 회장 문제가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회장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물을 순 없으나, 리스크 관리에 소홀해 부실을 키웠다는 점을 아쉬워하는 반응도 적잖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 징계는 논란이 될 수 있으나, 황 회장도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며 "금융기관, 특히 은행이라면 리스크관리를 우선 생각했어야 했는데 (황 회장이) 투자성과에 의욕을 낸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황 회장이 은행장이 되면서 나름대로 리스크 관리에 주력했으나, 증권계(삼성증권 사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뱅커와는 달랐던 듯 싶다"며 "어쨌거나 다방면에서 뛰어난 황 회장이 이번 일로 타격을 받은 건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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