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징계' 황영기 회장, 뭘 위반했기에…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박재범 기자 | 2009.09.04 00:04
"명백한 은행법 위반이다"

금융감독원의 입장은 단호했다.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이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10조 원 가량의 파생상품에 투자하면서 내부통제 기준을 제대로 정하지 않고, 리스크 관리 조직도 부당하게 운용했다고 강조했다. 자산증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투자확대를 지시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CDO·CDS 투자확대 지시= 금감원은 황 회장이 2005~2006년 투자은행(IB) 사업단에 이사회에서 정한 것보다 무리하게 자산과 수익 증대 목표를 부여했다고 봤다. 특히 2005년에는 IB사업단장 등과 목표설정계약서를 체결, AAA급 자산을 늘릴 것을 사실상 지시해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투자를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은 이를 모두 '경영목표는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은행법 23조를 위반한 행위라고 결론지었다. 황 회장 측은 그러나 은행 자산증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부문별로 목표치를 재설정한 것은 당시 경영상 판단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스크 관리·내부통제 부실 운용= 내부 리스크 관리 규정을 바꿔 CDS 투자 때 IB사업단장이 전결 투자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문제 삼았다. 2006년 3월 CDS가 신용연계채권에 포함되지 않음에도 이를 전결권 조정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것.

이로 인해 리스크관리심의회의 사전 심의 절차 없이 부행장 책임 아래 5000만 달러까지 투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얘기다. 이는 '각종 거래 시 리스크 관리체제와 리스크 관리 조직을 제대로 구축·운용해야 한다'고 명시한 은행업 감독규정 30조와 31조 위반이라는 게 금감원 의견이다.

황 회장 측은 이에 대해 시장성 있는 상품임에도 매번 리스크관리협의회를 거쳐 투자하다 보면 적시성이 떨어져 이를 전결권 조정 대상에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파생상품은 신상품일 때 리스크관리 조직의 협의를 거쳐 투자하지만 여러 번 투자하게 되면 일반화돼서 통상 이를 거치지 않는다고 소명했다.


CDO 등 투자행태에 대한 감사위원회 의견 제시에 대응하지 않은 것도 리스크 관리 미흡 이유로 꼽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005년과 2007년 감사위원회에서 각각 담당 부행장과 이사회에 CDO 투자위험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지만,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황 회장 측은 그러나 당시 감사위원회가 제시한 의견은 해당 상품이 아닌 운용기관의 신용등급에 대한 지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신용등급만 믿고 투자= CDO나 CDS의 신용등급(AA)만 믿고 투자한 것도 징계 이유가 됐다. 해당 상품은 동일 신용등급의 일반채권보다 수익률이 높은데 반해 유동성과 안정성이 취약했음에도 이를 간과해 거액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행위는 '여신운용 시 철저한 신용리스크 평가는 물론 차주의 신용상태와 채무상환 능력 변화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하고, 이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은행업 감독규정 78조를 어긴 것이라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황 회장 측은 투자 당시 해당 상품의 신용등급은 세계 3대 신용평가 기관이 AAA로 평가했을 만큼 우량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그가 우리은행장에서 물러난 2007년 3월까지 파생상품 투자손실은 발생하지 않았다. 가격이 폭락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7년 하반기부터다.

제재심의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우리 은행이 해당 상품에 투자했다 발생한 손실 1조6200억 원 중 1조1771억 원 가량이 황 회장의 지시와 행위 책임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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