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전업 개미의 '0.1% 거래세 비명'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 2009.09.03 14:58

하루 수익 20만원, 내년엔 세금만 100만원

"뭘 해서 먹고 살지 앞날이 캄캄하죠."
전업투자자 백진욱 씨(가명·45세)는 대우증권 지점에서 8년간 근무하다 현재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하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그런데 며칠 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정부가 내년부터 ETF에 증권거래세 0.1%를 매기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세금이 얼마 안 되는 것 같지만, 그에겐 사활이 걸린 문제다.

◆그에게 무슨 일이?
백 씨는 ETF를 활용해 주식 현·선물 차익거래를 하는 투자자다.

일반적으로 주식 현·선물 차익거래는 가격이 일정 간격을 두고 움직이는 코스피200선물과 코스피200종목을 동시에 사고 판다. 예컨대 선물이 현물가격보다 일시적으로 비싸지면 고평가된 선물을 매도하고 현물을 매수한 뒤 정상으로 돌아오면 반대매매로 청산해 차익을 얻는 구조다.

이 때 코스피200선물 움직임을 맞추려면 코스피 200종목을 추린 '바스켓'을 구성, 한꺼번에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 따라서 차익거래는 자금력이 풍부한 기관투자자들의 전유물로 일컫는다.

그런데, 백 씨처럼 개인들도 ETF를 활용해 차익거래를 할 수 있다. 코스피 200 종목을 모두 사지 않고 코스피200 지수 흐름과 비슷한 코덱스200 ETF를 매수하는 방법을 쓴다. 효과는 바스켓을 사는 것과 비슷하다. ETF는 상장돼 있어 소액의 매매 수수료만 내면 된다.

그는 코덱스200 ETF를 5000주 매수하고 선물 1계약을 매도한다. 둘 다 현재 시세로 보면 대략 1억600만원 수준이다. 현재 상태를 유지하면 어느 것이 오르든 떨어지든 위험과 수익은 '제로'인 셈이다.

여기서 ETF가 선물가격보다 오르면 ETF를 매도하고 선물을 매수하는 반대매매로 거래를 청산한다. 그러면 위험을 줄인 상태에서 약간의 이익을 남길 수 있다. 백 씨가 이런 방법으로 한 번의 거래를 성공했을 때 버는 돈은 평균 5만원.


물론 ETF 거래량이 많지 않을 경우 같은 호가에 모두 체결되지 않을 때도 있다. 5000주 가운데 2000주만 체결되면 차익거래 구조가 어긋나 포기하고 바로 매도한다. 이럴 땐 버는 것 없이 매매수수료만 날린다.

백 씨는 거래 실패에 따른 손해와 증권사에 내는 매매 수수료를 감안할 경우 하루에 20만원 가량 손에 쥔다. 주시시장이 열리는 날이 한 달에 21~22일 정도니 '월급'은 420~440만원 정도 되는 셈이다.

◆세금내면 한달치 수입 하룻새 1/4 날려
그는 '티끌모아 태산'식으로 매매하기 때문에 매매수수료가 싼 동양종금증권 HTS를 사용한다.

백 씨가 하루에 거래하는 ETF를 금액으로 따지면 20억원이 넘는다. 그런데 내년부터 매도할 때 마다 거래세 0.1%를 내면 하루에 낼 세금만 100만원에 달한다. 한 달 수입의 4분의1을 하루에 날리게 된다. 남는 게 없어 실업 상태로 내몰리게 됐다는 게 그의 푸념이다.

백 씨처럼 ETF로 현·선물 차익거래를 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백 씨는 "일반 주식 직접투자는 손실 볼 확률이 높기 때문에 무위험 차익거래를 통해 조금씩 돈을 벌어왔고, 주위에도 매매수수료가 싼 키움증권이나 KB투자증권 HTS로 투자하는 개인들이 상당수"라며 "초기 ETF시장의 활성화는 기관과 개인의 차익거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는데, ETF뿐 아니라 차익거래도 줄어 전체 시장 규모를 축소시키면 세수 증대라는 정부의 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ETF 차익거래 시장 위축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고 비과세 연장을 건의하는 요청도 받았다"며 "그래서 세율을 일반 공모펀드보다 낮춘 0.1%로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2. 2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3. 3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
  4. 4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5. 5 우리 동네 공인중개사들은 벌써 느꼈다…"집값 4%대 하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