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결과만 챙기는 서울시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 2009.09.03 09:36
"다른 기자분들은 모두 이해하고 좋게 봐주시는데 유독 부정적이신거 같아요. 너무 복잡하게 따지지 마시구요. 재건축·재개발 공공관리자제도 도입하면 사업비가 평균 20% 정도 절감된다는 핵심만 알고 계시면 됩니다."

지난 1일 기자가 "공공관리자제도 예시사업장의 공사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많으니 진위 여부를 알려달라"고 요청하자 서울시 관계자가 대뜸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재건축·재개발 사업기간이 단축돼 공사비가 줄어드는 공공관리제도의 큰 틀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며 "혼탁한 주택정비시장을 바로 잡으려는 서울시 의지에 공감한다면 긍정적으로 봐달라"고 일장연설을 늘어놨다.

서울시는 예시사업장이 어디인지, 공사비가 비싼지 여부는 결국 확인해 주지 않았다. 서울시의 또다른 관계자는 "예시사업장 추가 정보는 절대로 공개할 수 없다"며 "기자들이 취재원을 보호하는 것과 같은 차원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물론 비리로 얼룩진 주택 재건축·재개발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서울시의 정책 방향에는 공감한다. 환경 변화에 따른 마찰을 감수하고 수십년간 이어진 제도와 관행을 바꾸려는 용기에도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주택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지자체인 서울시는 공공관리자제도의 도입 취지가 중요하겠지만 사업시행자인 정비조합은 공공관리 도입에 따른 손익 계산이 먼저다. 건설사 입장에선 시공사 선정방식, 공사비 계산 등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아직 공공관리자제도 시행에 꼭 필요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 전인 점도 걸린다. 그런데도 시범지구인 성수지구 사업은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시는 집중적인 행정지원으로 단 몇 개월 만에 추진위회 승인신청 단계까지 마무리할 수 있음을 호언장담하고 있다.

공공관리자제도의 취지가 좋으니 도입 과정 문제점이나 의문점 따위는 덮었으면 하는 건 서울시 담당공무원 생각이다. 하지만 주택정비사업은 달리기 경주가 아니다. 법 개정이 되기도 전에 수년씩 걸렸던 사업을 수개월로 단축하겠다고 밀어붙이기보다는 충분한 검토와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제도 도입에 대한 정확한 근거도 제시해야 한다. 단순히 사업기간 단축, 입찰방식 변경으로 조합원 분담금 1억원을 줄일 수 있다는 통보만으로는 결코 적지 않은 논란과 충돌을 야기시킬 관련 사업의 당위성을 설명하기에는 너무도 부족함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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