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사러 백화점대신 중고장터 가요"

황국상 기자 | 2009.09.03 09:53

[녹색가계부를 씁시다]<8-1>중고용품에 새 숨결을… 중고매장 인기

↑ 아름다운가게 매장에서 한 손님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아름다운가게
서울 서초동에 사는 주부 김지현 씨(42)는 오늘도 비비안웨스트우드 브랜드의 하얀색 원피스를 꺼내 입고 집을 나섰다. 짧은 소매에 하늘거리는 치맛자락, 단추가 옆으로 수놓아진 디자인이 여성미를 돋보이게 해 김 씨가 특히 좋아하는 옷이다.

김 씨가 지난해부터 아이를 학원에 바래다준 후 습관처럼 들르는 곳이 있다. 서울 압구정동의 아름다운가게 매장이 바로 그곳이다.

김 씨가 좋아하는 이 원피스도 이곳에서 구입했다. 시중 가격으로는 100만원대를 훨씬 웃도는 제품, 하지만 김 씨는 7만5000원만 내고 이 옷을 손에 넣었다.

"구찌나 버버리 등 브랜드 제품이라도 일반 매장보다 훨씬 싼 값에 구입할 수 있어요. 중고물품 매장에 와 있다는 걸 깜빡깜빡 잊어버릴 정도로 보존상태도 매우 좋죠. 여기 온 이후에는 백화점이나 다른 데서 옷을 살 일이 없어요."

불필요하게 버려지는 것들에 숨결을 불어넣으면 마치 새 것처럼 아무 불편없이 사용할 수 있다. 새 제품을 만드는 데 소모되는 자원의 낭비도 막을 수 있다.

최근 경제위기를 맞이해 이처럼 경제적 실속도 차리면서 환경도 고려하는 중고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김정지현 전국녹색가게운동협의회 사무국장은 "예전보다 재사용 매장을 방문하거나 매장을 직접 운영하고자 하는 이들의 문의가 많이 늘었다"며 "경제적 목적 이외에도 자원순환이라는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지난 2002년 문을 연 아름다운가게는 개장 첫 해 매출이 1억원에 불과했지만 2005년엔 65억원, 2008년엔 113억원으로 늘었다. 올 상반기까지 매출은 63억원으로 이 추세로라면 올해 아름다운가게 매출은 12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동네 주변 재사용 장터·매장은 어디?= 국내에서는 1994년 전국 녹색가게운동 협의회 주관으로 자신이 사용하던 물품을 교환토록 하는 알뜰장이 개최한 것이 물품 재사용 운동의 시초로 꼽히고 있다.

현재 서울 35곳, 경기 11곳 등 전국 60곳에서 일주일, 한달 중 하루를 정해 물품교환 장터를 열고 있다. 이를테면 매주 토요일 오전 서울 양재동 양재역 인근에서는 시민들이 옛 음반, 인형에서부터 수동카메라에 이르기까지 중고 물품들을 싼 값에 내놓은 벼룩시장이 열린다.

시골장터처럼 활기찬 장터에 직접 참여하고 싶다면 '녹색가게 우리마을 벼룩시장' 홈페이지(http://www.happymarket.or.kr)를 방문해보자. 메인화면 좌측 하단의 목록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곳과 가까운 곳을 클릭하면 장터개시일시, 장소, 문의방법 등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특정한 날에만 열리는 장터를 방문할 시간을 내기 힘들다면 녹색가게 알뜰매장을 방문해도 좋다. 1996년 과천녹색가게가 과천시민회관에 알뜰매장을 낸 이후 현재 서울 광화문점, 경기 고양점 등 총 36곳에 매장이 설치·운영되고 있다.


알뜰매장을 방문해 회원으로 가입하면 자신의 물품을 언제든 내놓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이 내놓은 물건을 구입할 수도 있다.

아름다운가게(http://www.beautifulstore.org)와 행복한나눔(http://www.sharinghappiness.or.kr)처럼 재사용 물품 판매수익금을 소외이웃 돕기에 쓰는 단체들도 있다.

아름다운가게는 서울 안국점 등 전국 103곳 매장에서 일반 시민, 국내 주요기업 임직원들이 기증한 의류, 잡화, 소가전기기, 도서·음반 등 물품을 모아서 판매한다. 특히 압구정점은 명품 등 주요 브랜드 제품만 판매하는 특화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행복한나눔은 42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방송인 박미선이 대표를 맡아 운영하는 이 단체는 엠씨몽, 지수원 등 연예인들이 기증한 물품도 취급한다.



◇물건 들어오는날 체크= 남의 손을 거친 물건이라도 이왕이면 좋은 것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약간의 수고를 더해야 한다.

아름다운가게 책방 단골인 이성희 씨(27·학생)는 때때로 매장에 전화를 걸어 언제 물건이 새로 들어오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때만 잘 맞추면 거의 손때가 묻지 않은 신간서적을 단돈 2000~3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물건이 들어오는 때를 놓치면 남들이 이미 좋은 것을 싹 훑어갈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날 때마다 책방을 방문하는 것도 이 씨의 습관 중 하나다.

김지현 씨는 "중고의류를 살 때일수록 옷감을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얼핏 봐서 좋아보인다고 구입했다가 착용감이 좋지 않다더라도 중고매장에서는 반품·환불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기 체형에 딱 맞는지, 내 스타일과 어울리는지 한 번 더 살펴봐야 쇼핑에 만족하게 된다고 김 씨는 강조한다.

아름다운가게 관계자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무작정 구매했다가 후회하는 경우도 있다"며 "중고물품일수록 꼭 필요한 물건인지 계획적으로 구매하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또 "특히 의류는 오염된 부분이 없는지, 가전제품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책은 중간에 찢어진 페이지가 없는지를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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