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몰리는 한, 탄력받은 民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심재현 기자 | 2009.09.01 15:36

국회·정당의 '정책 실종' 때문… 수세 몰린 한나라당의 묘수는?

여야간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이는 '비정규직법' 처리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한나라당의 핵심근거가 흐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

한나라당은 지난 6월 임시국회 당시 현행 비정규직법을 그대로 시행하면 대규모 해고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며 유예할 것을 요구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추미애 실업'이 발생할 것이라며 경고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비정규직법의 환노위 전체회의 상정을 거부하며 한나라당으로부터 '공공의 적'으로 내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노동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실태조사 결과 정부와 여당의 예상이 크게 빗나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탄력받은 민주당=추미애 위원장은 1일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이 떠들던 '추미애 실업'은 일어나지 않았고 잘못된 친기업 정책만 드러났다"며 이영희 노동부 장관 경질과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추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노동부가 지난달 14일부터 1만10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비정규직법 시행에 따른 해고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조사 결과가 노동부의 예측이 빗나갔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노동부는 100만 비정규직 해고대란이 일어나고 7월에만 4만5000~5만6000명의 실업자가 발생해 전체해고가 70% 정도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며 "이번 통계 발표를 하지 않고 있는데 정규직 전환이 70%정도 된다는 관계자 발언이 새어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곤혹스런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애초 노동부 전망치를 여과 없이 받아들여 여야 협상과 대립의 근거로 삼은 게 잘못된 것 아니냐"는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 핵심논거가 근거없는 것으로 판명될 경우 비정규직법 유예라는 종전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기 힘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당직자는 "경기회복으로 기업의 정규직 전환이 늘었을 것"이라며 "경기회복을 탓할 수도 없고, 이래저래 난처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 초선의원은 "이번 사태의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결국 '정책 실종'의 또 다른 폐해가 드러난 것"이라며 "당쟁과 계파갈등에 몰두하면서 정당과 국회의 핵심 임무인 정책 개발·분석·비판 능력 확보에 소홀히 한 대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등 선진국에서 국회와 정당은 정부 정책에 대한 견제자, 경쟁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반면 한국에서는 '청부입법'이 만연하는 등 정책 중심의 의회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책 기능의 미숙함으로 100만 해고대란이란 노동부의 예측을 당론 채택의 핵심근거로 삼는 과정에서 충분한 검증과 분석이 선행됐어야 하지만 전혀 그렇지 못했다는 반성이다.

국회 한 관계자는 "한국 정당의 현실에서 정책 전문가로 성장하기보다는 '계파의 일원' 즉 '식구(패밀리)'로 자리잡는 게 훨씬 빠르고 안전한 길일 것"이라며 "개헌 작업 등과 맞물려 한국 국회와 정당에서 정책 기능의 전문화, 정책 브레인 및 조직 육성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4. 4 "노후 위해 부동산 여러 채? 저라면 '여기' 투자"…은퇴 전문가의 조언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