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은 이미 시작됐다?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09.09.01 16:34
-10.5조 증세 발표…"재정서 출구 마련"
-국고채 발행 계획 변경…정부도 시장 안정 '인정'
-당국자 발언 완화…윤증현 "국제논의 필요"


'출구전략'을 둘러싼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비공식적인 출구전략도 가시화되고 있다. 거시경제 정책 전환에 따른 시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한 '완충장치'의 일환이다.

드러내놓고 얘기는 하지 않지만 출구전략으로 해석 될 수 있는 분야가 많은 곳이 세제 쪽이다. 올해 세제개편안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세수증대 효과는 10조5000억원에 달한다. 그동안 역대 세제개편을 통해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발표한 적은 있으나 10조원이 넘는 '슈퍼 증세'를 공식적으로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국가채무를 안정적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중장기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증세를 하거나 재정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위기극복을 위해 대규모 재정지출 확대와 함께 감세 정책을 펼쳤다. 이중 하나인 감세 정책에서 한걸음 물러난다는 것은 정부의 역할을 그만큼 줄이겠다는 의미로 좁은 의미의 출구전략으로 해석된다.

고유선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증세가 기업활동과 가계 소비, 소득, 금융시장까지 영향을 주는 범위로 확대됐다"며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대해 재정 부문의 '출구' 마련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국고채 발행 계획에서도 유동성을 흡수하겠다는 의지가 감지된다. 지난달 정부는 그동안 발행을 유보한 시장안정용 국고채 중 4조원을 추가 발행키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국고채 발행물량은 81조6000억원에서 85조6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지난 4월 추가경정예산이 확정될 당시만 해도 정부는 국고채 발행물량을 최대한 줄이려고 했다. 금융시장이 어려워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효과가 발생하는 국고채 물량 확대는 시장이 확실히 안정됐다는 판단이 섰기에 가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정부의 시각 변화는 1년 이하 단기 국고채를 당분간 발행하지 않고 장기과제로 넘기겠다고 발표한 데서도 엿볼 수 있다. 시장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이 안정됐다는 신호를 공식적으로 준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의 출구전략에 대한 발언도 완화되고 있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서울파이낸셜포럼' 조찬강연에서 "출구전략을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위기 극복을 위해 시행한 다양한 정책의 시장 왜곡을 방지하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출구전략에 대한 국제공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제적으로 출구전략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출구전략을 시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허경욱 재정부 차관은 1일 오전 한 라디오방송에서 "신용경색 완화와 경기부양을 위해 확장적 통화·재정정책을 썼다"며 "신용경색은 어느 정도 완화됐으나 성장률은 여전히 잠재성장률 이하"라고 말했다.

아직은 확장적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미이지만 신용경색이 완화됨에 따라 출구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당국자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위기가 끝났음을 선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출구전략은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에서 금리인상에 앞선 신호를 주는 방식으로 처음으로 언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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