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심각단계' 기준도 없으면서…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 2009.09.01 11:32

"공포유발" 지적에 정부 "유연한 대처 위한것"

신종플루 위기단계가 '심각'으로 상향조정될 경우 전국에 일제히 휴교령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정부가 정작 심각단계에 대한 정확한 매뉴얼을 갖고 있지 않아 국민들의 공포심만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에 휴교령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할 심각단계에 대한 설명요청에 정부는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한다"는 애매한 답변만 내놓고 있을 뿐이다.

그럼 '더 심각해지면' 아예 집밖 출입을 못하게 할 것이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신종플루 백신이 전세계적으로 생산되지 않은 상황에서 백신투여 우선순위에 대한 논의만 불거지면서 국민들의 공포감만 증폭시키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일선 병의원에서는 백신을 투여해달라는 요청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고, 항 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 암거래도 횡행하고 있다.

1일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에 따르면 신종플루 위기단계가 '심각'으로 상향조정되면 전국 학교에 휴교령을 내려는 방안이 검토된다. 또 지역단위행사 등 대규모 행사 취소, 군장병의 휴가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지난달 25일 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가 신종플루로 인해 교문 앞에 임시 휴교령이 내려져 있다.

하지만 어느 수준이 '심각'한 위기단계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유행규모나 사망자 발생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위기평가위원회가 결정한다"며 "감염자 대비 중증환자 몇 명, 사망자 몇 명 등 정해놓은 기준은 없다"고 밝혔다.

전염병이 사회에 끼칠 영향 정도를 객관화해 미리 기준을 만들어 놓고, 그 기준에 들어맞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위기단계를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터지는 상황을 보고 위기단계를 맞추겠다는 얘기다.

이같은 상황에서 굳이 정부가 나서서 전국 일제히 휴교령, 군장병 휴가제한 조치 검토 등의 발언을 꼭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유행규모나 중증환자, 사망자 수는 현 상황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객관적인 수치다. 아무리 여러가지 상황을 감안해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하더라도 기본이 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대책본부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감염감시기간 중 1000명당 감염자수 등을 위기단계 상향조정 기준으로 정해놓고 있기도 하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기본적인 위기대응 매뉴얼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조류인플루엔자가 창궐할 당시 만들어놓은 것이라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덜한 신종플루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설명대로라면 수십 수백종의 전염병이 돌 때마다 국가 위기단계를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유연한 정책을 펼치기 위함"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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