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가 주택시장 구조 바꾼다"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 2009.09.01 07:00

민간건설사, 가을분양 포기할 판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정책이 주택시장 구조를 흔들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 방침상 수도권에서 주변 시세보다 30∼50% 싼 가격으로 60만가구의 주택이 4년간 집중 공급되는 만큼, 건설업계의 사업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수요자들도 달라진 주택공급 환경에 따라 새 청약전략을 짜느라 분주하다. 민간과 공공의 주택공급 구조, 분양가상한제 등 부동산정책 근간도 본질을 잃고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건설업계 '가을장사' 접을 판=올 봄 인천 청라·송도지구 등 수도권 일부지역의 청약열기가 살아나자 건설사들은 가을 분양시장을 노려왔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정책에 당황하고 있다. 분양가를 최고 절반 가량 낮추는데다, 물량 공세까지 겹쳐 민간기업 입장에선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9∼10월 인천 청라지구, 남양주 별내지구, 고양 삼송지구 등에서 중소형 아파트를 분양하려던 건설사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서울 강남과 서초, 경기 하남과 고양 등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 4곳도 오는 10월 사전청약을 실시할 예정이어서다.

별내지구에서 아파트 분양을 준비중인 A건설 관계자는 "인기지역에 들어서는데다 분양가도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인 보금자리주택과 경쟁이 되겠냐"며 "별내지구는 보금자리 시범단지와 위치나 주택형 등의 조건이 다르지만, (보금자리주택) 영향을 받아 청약 자체가 저조할 가능성이 높다"고 푸념했다.

인천 청라지구에서 분양예정인 B건설 관계자도 "앞서 공급된 아파트에 청약자들이 워낙 많이 몰린터라 분양에 큰 어려움이 없을 줄 알았다"며 "마진을 포기하고 공급한다해도 정부가 제시한 보금자리주택 분양가와는 경쟁이 안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아예 중대형으로 주택형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앞으로 보금자리주택 단지와 겹치는 사업장이 있는지 확인 작업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딜레마'=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을 조기에 확대 공급키 한 것은 주택 공급량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수급불균형으로 인해 매매가나 전세가격이 동반 상승한 만큼 주택 공급을 늘리면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처럼 주택공급이 감소한 것은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민간 건설사의 분양사업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는 정부가 정한 기본형건축비를 기준으로 분양가를 규제하는 제도로 민간 주택사업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엔 상한제 폐지 이후 사업을 미루는 건설사들이 많아 주택 공급량이 더 감소했다.

실제로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민간주택 공급량은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주택공급량은 20만가구로 2007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올해는 주택 공급량이 더 줄어 8월 말 현재 9만6498가구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55% 선이다.

이와 관련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도 연초부터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거론해 왔다. 정 장관은 "분양가상한제는 민간 주택공급 감소, 집값 상승 등 부작용만 불러왔다"며 "연내 폐지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은 지난 7월 임시국회에서 심의가 취소됐다.

◇주택 공급 구조·기능 무너져=정부가 보금자리주택 공급 목표에 지나치게 집착할수록 기본적인 시장 구조가 깨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주택 공급시장에서 서로 다른 기능을 해야 할 공공과 민간이 조화를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가 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공급량에만 집중하면 주택 품질 문제를 간과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건국대 조주현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내 주택보급률이 100%를 웃도는데도 주택문제가 심각한 것은 집은 많은데 살 집은 없는 풍요속의 빈곤이 악순환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부족한 주택 문제를 정부가 모두 떠안고 해결하기 보다는 시장 구조에 따라 민간이 공급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보금자리 주택 세곡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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