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거래세 부과… 일부펀드 생존위협"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 2009.08.31 13:03

비용 늘어 차익거래펀드 휴업… 인덱스·ETF도 악영향

차익거래펀드가 거래세(0.3%) 부과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몰렸다. 또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수익률이 떨어져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31일 "주식 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얻는 차익거래펀드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초과 수익을 노리는 인덱스펀드는 거래세를 내면 비용 증가로 남는 게 없어 사실상 차익거래를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거래세는 주식을 팔 때 내는 세금으로 그간 간접투자시장 활성화를 위해 펀드에 한해 거래세를 면제해줬다. 이후 직접투자와 형평성 등을 고려해 우선 사모펀드를 과세했고 공모펀드는 비과세 혜택을 연장해 준 바 있다.

정부가 지난 25일 공모펀드의 거래세 부과를 포함 한 '2009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후 주식 현·선물 차익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결과를 낳아 관련 펀드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현·선물 차익거래 구조
현·선물 차익거래는 두 개의 동일한 자산이 시장 상황에 따라 비정상적인 가격 차이를 보일 때 저평가 된 걸 사고 고평가된 걸 판 뒤 적정 가격에 돌아오면 반대로 매매해 차익을 거두는 걸 말한다.

예컨대 코스피200은 210p, 코스피200 선물은 211p라고 가정하자. 선물 베이시스(현·선물 가격차이)가 1.0포인트(211p-210p)인 상황에서 '주식 매수+선물 매도'(매수차익거래)했다고 한다면 베이시스가 0.5p로 좁아졌을 때(선물이 210.75p로 하락하고 코스피200은 210.25p로 상승했을 경우) 반대(주식 매도+선물 매수)로 거래를 청산하면 차액만큼인 0.5p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거래로 인한 수익은 0.5p지만 주식과 선물 수수료를 제외할 경우 실제 수익은 0.3p 정도다.(주식 수수료 3bp, 선물 수수료 1bp를 적용).

지수선물의 가격을 210p로 가정한다면 0.3p의 수익은 금액 환산할 경우 300만원 가량된다. 차익거래는 이런 거래를 장중에 여러 차례 시도해 '티끌모아 태산'처럼 수익을 계속해서 쌓는 구조다.


◆차익거래펀드 생존 위협
차익거래는 거래세를 내지 않는 공모펀드 계좌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만약 주식 매도 시 0.3%포인트 거래세를 내면 베이시스 환산시 0.6p 이상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한 번의 거래에 수수료 0.2p와 거래세 0.6p를 더한 총 0.8p의 비용이 발생한 셈이다.

따라서 앞서 예시한 거래를 기준으로 0.3p의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진입 시점과 청산 시점의 베이시스 차이가 1.0p 이상이 되어야 한다. 문제는 올 들어 베이시스 추이를 감안할 경우 1.0p 이상 베이시스가 벌어졌을 때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2008년12월부터 26일까지 베이시스의 표준편차 추이를 일별로 보면, 186 거래일 동안 표준편차 값이 0.5p를 웃돈 날은 단 하루에 그쳤다.

표준편차 값이 0.5p라는 얘기는 장 중 최대와 최저 베이시스 차이가 1.0p에 달했다는 의미다.


26일을 기준으로, 전체 주식형 공모펀드의 규모는 67조290억원(702개)으로 이 중 차익거래형 펀드는 6479억원(13개)으로 전체의 0.97% 차지한다.

강송철 애널리스트는 "차익거래가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진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상당 폭 거래 규모의 감소는 불가피하며 오로지 차익거래 전략만을 수행하는 차익거래 펀드의 경우 존립 자체가 불안해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덱스펀드·ETF도 타격 불가피
코스피를 흐름을 좇아가며 수익을 얻는 주식형 인덱스 펀드도 거래세 부과로 인한 파장을 피하기 어렵다. 인덱스펀드는 '+α' 초과수익을 거두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현·선물 차익거래를 이용하기 때문. 인덱스펀드 수탁액은 7조4480억원으로 전체 공모펀드의 11.11%에 달한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A펀드의 매도횟수를 따진 회전율(328%)을 감안해 거래세를 낼 경우 0.98% 수익률이 떨어진다. 강 애널리스트는 "규모가 큰 인덱스펀드 매매 회전율은 차익거래를 활발히 한 영향으로 일반 주식형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며 "거래세 부과는 이러한 펀드들의 운용전략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모펀드에 대한 거래세 부과로 인해 인덱스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킨 ETF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ETF를 이용한 현·선물 차익거래를 매우 활발히 했기 때문에 거래세 부과로 인한 차익거래의 위축은 ETF 시장의 거래 감소를 유발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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