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에 유류세…사실상 '유가 120弗 시대'

양영권 기자 | 2009.08.28 15:24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가격이 ℓ당 1700원선에 바짝 다가섰다. 국제유가는 70달러 초반을 맴돌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과 올들어 이뤄진 유류세 인상 등으로 국내 소비자는 국제유가 120달러 때와 같은 수준의 물가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28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1ℓ당 1692.69원을 나타냈다. 휘발유값은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 1290원까지 떨어졌지만 8개월만에 400원 넘게 상승했다. 이달 들어서만 67.61원 올랐다.

휘발유값이 사상 처음으로 1700원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해 4월23일. 당시 서부텍사스산 원유 선물 최근월물은 배럴당 118.30달러로 120달러에 육박했다. 그러나 현재 국제유가는 72.49달러로 당시에 비해 45달러 남짓 낮은 상태.

업계 관계자들은 상대적으로 국제유가가 낮은데도 휘발유 가격은 높은 이유에 대해 원/달러 환율과 유류세를 지적하고 있다.

27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244.8원으로 지난해 4월 평균환율 986.66원에 비해 26% 상승해 원화표시 원유 가격을 높여 놨다. 여기에 정부는 지난해 3월10일부터 시행하던 유류세 10% 인하 조치를 지난해 말 종료했으며 원유 수입 관세도 올해 3월 전년 동기에 비해 2.0%포인트 올렸다. 세금 인상으로만 94원 정도 인상 효과가 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상승한 휘발유값 400원 가운데 환율 효과와 유류세·관세 인상 조치로 인한 상승분이 300원에 달한다"며 "원유값에 따른 상승분은 100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휘발유값 상승에도 정유사들은 정제 마진 축소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정유사의 국내 휘발유 공급 가격은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제 휘발유 가격에 연동된다. 두바이유 원유 가격과 국제 휘발유 가격 차이는 지난달 셋째 주 배럴당 4.5달러까지 떨어졌다. 국제 원유와 휘발유 가격 차이는 지난해 7월에는 10달러 이상으로 유지됐으며 작년 한때 30달러대로 늘기도 했다.

당분간 휘발유 가격은 높은 상태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외화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무역수지 흑자가 큰 폭으로 감소해 환율 하락을 제약하고 있다. 지난달 무역수지 흑자는 44억600만달러로 전달에 비해 40% 감소했다. 이달 들어서는 원자재 수입액이 늘면서 흑자 폭은 더욱 축소될 전망이다.

유류세 감면 조치가 다시 발동할 여지도 없어 보인다. 올해 세수가 11조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세금 인하 여력이 없을뿐 아니라 가격 기능을 통해 에너지 절약을 유도한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도 맞지 않기 때문.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유류세 10% 감면 제도 재도입에 대해 "전혀 검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국내 휘발유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 휘발유 가격이 최근 들어 정체 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1700원대로 상승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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