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사회에 대비하려면 3층 보장제도가 제대로 구축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연금과 개인연금 외에 기업연금(퇴직연금)이 정착돼야 하지만 퇴직연금은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근퇴법) 개정안은 9개월째 국회에서 표류 중이고 퇴직연금 가입을 유도할 수 있는 퇴직연금 소득공제도 최근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 제외됐다. 따라서 2015년에는 100조원 규모가 될 것이라던 퇴직연금시장은 올 6월말 현재 8조원을 겨우 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이 시장을 놓고 금융권간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만난 한 생보사 임원은 "퇴직연금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생보업계는 퇴직연금을 자신들의 정통 텃밭으로 여긴다. 퇴직보험을 오래전부터 팔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퇴직연금은 은행권이 강세를 보인다. 생보업계로선 위기의식을 느낄 만하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 6월말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8조2597억원이다. 이중 은행권이 4조2158억원으로 51%를 차지하고 보험권은 36.5%에 불과하다.
오히려 증권사에 쫓기는 양상마저 보인다.
이 임원은 "여기서 더 밀리면 끝장"이라는 비장한 말까지 내뱉었다. 그러나 정작 은행권을 앞지를 수 있는 보험사의 '무기'가 보이지 않는다. 보험업계는 은행권의 대규모 점포망과 우월한 지위를 이유로 내세우지만 그러기엔 설득력이 약하다. 그만큼 더 철저히 대비했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비난만 들을 수 있다.
퇴직연금에 대한 정부 정책도 아쉬운 부분이지만 보험사의 마케팅전략도 짚고 넘어갈 문제다. 보험업계는 은행권이 '꺾기' 등으로 퇴직연금을 늘린다고 볼멘소리를 하지만 바짝 뒤쫓아오는 증권사의 기세는 어떻게 변명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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