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은 "의외의 인선"이라며 그 배경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나금융과 SK그룹이 공동 주주가 되는 하나카드는 금융과 산업자본이 제휴하는 첫 사례고, 최고경영자의 인선에는 중장기 발전전략이 반영된다는 점에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이 전 부사장을 하나카드 초대 사장으로 내정하고, 오는 10월 초 하나카드 주주총회에서 정식 선임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하나금융에 정통한 관계자는 "전·현직 금융권 인사 10여 명이 후보로 거론됐으나 이 전 부사장이 낙점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다른 후보들과 달리 이 내정자는 금융보다 유통, 정보통신(IT) 분야 전문가라는 점에서다. 하나카드 사장후보에는 전현직 금융권 인사들이 물망에 올랐다. 국민은행 부행장 출신인 P씨는 금융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본인이 강력히 고사해 후보군에서는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내정자는 LG유통 정보서비스본부장(CIO) 출신으로, 삼성테스코로 옮긴 후 테스코 그룹의 '아시아 IT 시스템 통합프로젝트'를 지휘했다. 유통업계에서는 바코드 기반 공급망관리(SCM)와 POS시스템 보급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하나금융과 SK그룹이 보유한 고객 데이터베이스(DB) 통합을 우선한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SK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3000만명 이상의 멤버십(OK캐쉬백, 11번가, SK정유 등)을 하나카드에 연결하려면 전산통합이 중요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양측이 시너지를 높이려면 제휴상품 개발 못지 않게 고객 분석을 위한 DB통합 업무가 중요하다"며 "출범 초기에는 시너지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내정자는 신용카드 사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통업체는 카드사와 다양한 마케팅을 벌이는 한편, 실물경제의 흐름과 소비자 트렌드를 신속히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 내정자 발탁을 두고 하나금융이 SK그룹 외에 새로운 제휴처를 찾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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