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의 춤바람이 시작된다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 2009.09.03 11:21

[머니위크]사회공헌 기업/ 스포츠토토

형형색색의 번쩍이는 옷을 입은 노인들의 춤사위가 시작됐다. 요양을 해도 시원찮을 나이지만 무대에만 서면 이팔청춘이다. 동작 하나하나에는 자신감과 당당함이 배어있다. 객석을 가득 메운 응원단의 열기는 참가자들의 힘을 북돋운다.

무대 뒤편에 걸어놓은 희끗한 머리의 모델 사진이 없었다면 일반부 댄스 경연대회로 착각할 정도다. 화려한 스텝과 우아한 연미복은 어른들을 마치 10대의 꿈 많은 소년 소녀로 되돌려 놓았다.

지난해 스포츠토토와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가 주관한 토토시니어페스티벌의 풍경이다. 전국 15개 노인복지관에서 예선을 거쳐 올라온 17개팀은 차차차, 룸바, 삼바, 자이브 등 다양한 장르의 춤 실력을 뽐내며 무대에 올랐다.

무대 뒤편에는 건강과 즐거움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노년의 행복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청춘이 돌아왔다’거나 ‘부부금실이 좋아졌다’며 수다가 끊이지 않는다. 영화 <죽어도 좋아>가 노년의 행복한 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토토시니어페스티벌’은 노년의 축제를 다룬 한편의 드라마다.

◆지난해 우승팀은 종합병원?

60세 이상의 노인을 대상으로 한 이 대회에서 전북노인복지회관 춤사랑 댄스 동아리 팀은 뛰어난 실력과 훌륭한 무대매너로 초대 우승팀이 됐다. ‘행복한 노후’를 모토로 주 2회씩 꾸준히 노인복지회관에서 연습을 가진 결과다.

모두 11쌍의 부부가 회원인 춤사랑 동아리는 2006년 5월에 실버부부 댄스 동아리반에서 출발했다. 수년 동안 손발을 맞추다 보니 각종 댄스대회에서 상도 따랐다. 함평세계나비곤충엑스포 전국실버대회에서부터 전국 노인 건강대축제까지 크고 작은 댄스대회에서 10여회나 대상을 차지했다. 금ㆍ은ㆍ동상까지 합하면 수십회에 이른다.

춤바람 난 노인들이지만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도 인색하지 않다. 전라도 지역의 요양원이나 양로원에 위문공연이나 위문품으로 또래의 친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러나 이 팀이 유명해진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후두암 수술을 6차례나 받은 허춘섭(76) 씨나 방광암을 앓았던 송동일(77) 씨, 교통사고 장애 후유증을 앓고 있던 석진주(73) 씨 등 삶의 문턱을 경험했던 회원들이 댄스를 통해 건강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춤으로 암 극복했어요

춤을 통해 건강을 회복한 사례는 이 동호회 회장인 서재원(75) 씨 부부도 예외가 아니다. 서씨와 그의 아내인 이양자(68) 씨는 함께 전북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하다 1998년에 암 판정을 받았다. 서씨는 대장암, 이씨는 난소암이었다. 특히 이씨는 난소암 3기로 의사도 손을 놓았을 정도였다.

“부부가 함께 암 투병생활을 한다는 것이 믿기 힘들었죠.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지옥 같은 생활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들이 암을 극복하기 위해 택한 것은 운동. 3년간 걷기 운동에 몰두했지만 쉽게 지치기만 할 뿐 즐거움이란 없었다.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서씨는 친구로부터 노인지도자대학의 스포츠댄스를 소개받았다. ‘즐거운 걷기 운동’이라는 강사의 말도 서씨를 끄는데 한몫했다.

초중고급 강좌를 모두 마스터한 서씨 부부는 이제 스포츠댄스 7년차의 베테랑이다. 물론 스포츠댄스를 하는 동안 감기 한번 걸리지 않았을 정도로 건강을 되찾았다.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걷는 댄스스포츠는 만병통치약이요 사랑의 묘약입니다.” 댄스스포츠의 예찬론자가 된 서씨 부부의 건강론이다.

◆살도 빠지고 건강도 챙기고


비단 이 팀만이 아니다. 대회에 참여한 팀의 구성원 가운데 건강을 잃었던 경험을 한 두 명은 갖고 있다. 전남 고흥의 신홍식(72)씨 역시 고혈압과 당뇨로 투병생활을 해야 했다. 특히 105kg에 이르는 몸무게는 다양한 합병증으로 유발될 위험을 안고 있었다.

이때 신씨가 선택한 것은 댄스스포츠. 스텝이 어려워 그만 두려는 생각을 할 때 쯤, 고흥군노인복지관이 개관하면서 맞춤형 교육을 받게 됐다.

3년이 지난 지금, 신씨는 댄스스포츠 선수권 대회에 출전할 정도의 실력자가 됐다. 게다가 25kg이나 체중이 줄면서 집안일도 도맡아 하는 ‘가정적인 남편’으로 거듭났다.

신씨는 복지관에서 노인 비만에 대한 위험성과 건강 및 운동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댄스스포츠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운동 후 일생생활을 할 때면, 50대의 몸으로 돌아간 것 같다’는 예찬론을 펴면서 말이다.

◆댄스스포츠는 사랑의 묘약

강북노인종합복지관의 강영표(72) 전복성(70) 부부도 댄스스포츠로 금실을 과시하는 소문난 잉꼬부부다. 춤이 너무 좋아 지역사회 내 치매노인 주간보호센터나 요양원, 어린이집 등에도 춤으로 자원봉사 공연을 다닐 정도다.

봉사활동과 더불어 건강과 부부간 사랑을 지킨다는 생각에 열심이다 보니 대회에서 수상도 따랐다. 2007년 서울시장배 어르신 댄스스포츠 대회에서 1위의 영광을 차지한 것. 이듬해에도 서울시 어르신 생활체육대회에서 1위에 오르면서 어느덧 서울시 스포츠댄스 시니어부분 강자로 군림하게 됐다.

부부는 복지관 내에서 동안부부로 통한다. 마치 히말라야 오지에서 캐낸 불노초라도 먹은 듯 50대의 나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강씨는 이 같은 외모의 비결을 댄스스포츠라고 말한다.

“부부가 댄스스포츠를 배우면 참 좋아. 건강은 기본이야. 여자는 피부가 탱탱해지고, 남자는 매너가 좋아져.” 사량의 묘약과도 같은 댄스스포츠 예찬론이다.

◆나눔에 맞는 지원활동 계속

올해로 2회 대회를 맞는 토토시니어페스티벌은 현재 지역예선 접수에 한창이다. 9월부터 지역예선을 거쳐 11월18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본선대회를 갖는다. 주민등록상 만 60세 이상이면서 팀당 15~20명이 구성원이다.

올해 본선 참가팀은 19개팀 380명가량이다. 본선에 오르면 각종 비용이 무료다. 지난 대회에서 300명이 넘는 본선 진출팀의 교통비와 단체복, 숙박비용 등이 제공됐다. 지난 행사에는 대회 전날에는 여의도 63시티 관광 일정도 포함시켰다.

올해에는 지난 대회와 달리 참가 신청 서류에 나눔활동계획서를 첨부해야 한다. 나눔이라는 취지를 잘 살리자는 의미다. 지역사회에 필요한 봉사활동계획을 준비한 팀에게는 그만큼 심사에서도 유리하다. 본선심사에 계획서 내용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본선 참가팀은 대회가 끝난 후 계획서에 따라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한다. 나눔활동에 대한 비용 역시 스포츠토토에서 지원한다. 지난해보다 행사 비용이 약간 늘어난 이유다.

이현진 스포츠토토 사회공헌팀장은 “고령화 사회에 맞춰 노인들의 건강증진과 사회참여기회를 늘리고자 이 같은 공헌활동을 기획했다”면서 “노인들이 형식이나 틀에 구애받지 않고 손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축제의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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