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째라' 상조업체, 등록제로 옥석가리기"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09.08.28 08:09

[이로운 法]⑤권택기 한나라당 의원 '할부거래법 개정안'

#. 김모씨(66)는 2001년 9월 A상조회사 서비스에 가입했다. 자식들에게 장례비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다. 만기까지 4년 동안 매달 2만원씩 120만원을 납부했다. 김씨는 얼마 전 급하게 돈이 필요해 해지하려고 전화했다 깜짝 놀랐다. A사는 부도가 난 상태. 근근이 낸 돈은 찾을 길이 없었다.

#. B상조회사 서비스에 가입한 심모씨(53)도 계약 해지를 신청했지만 1달을 끌다 들은 대답은 환불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소송을 걸까 했지만 혼자 감당하기가 만만치 않아 고민하고 있다.

상조 서비스 피해가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 신고는 올해 상반기에만 1119건. 지난해 전체 신고 1373건에 가까운 수치다. 2006년에는 833건이 접수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4월 전국 상조회사 281곳을 조사한 결과는 한층 더 심각하다. 부도가 났을 때 고객이 낸 돈을 한 푼도 돌려주지 못할 업체가 47곳(16.7%)이나 된다. 현재 상조 서비스 가입자 266만명 가운데 20여만명이 이들 회사에 가입해 있다.

고객 돈을 절반도 돌려주지 못할 업체도 92곳(32.7%)에 이른다. 가입자 164만명(62%)이 아차하면 그동안 낸 돈의 절반을 떼이게 된다. 80% 이상을 환불해 줄 수 있는 업체는 4곳 중 1곳에 불과하다.

◇ "등록제·예치금 제도로 '먹튀' 막아야" = 권택기 한나라당 의원(사진)은 이 같은 폐해를 막기 위해 할부거래법 개정안을 냈다. "상조업체 피해는 선불거래 방식과 감시·감독 부재 때문"이라는 게 권 의원의 진단이다.

상조회사는 고객으로부터 '할부'로 돈을 받은 뒤 나중에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보험업과 비슷하지만 당국에 등록할 필요가 없다. 별도의 자본금 규정도 없어 법인 신고만 하면 차릴 수 있다. 2003년 72개에 불과했던 상조업체가 6년새 4배 가까이 불어난 이유다.

자산 3억원 미만 업체가 149곳으로 전체 상조업체의 절반을 넘을 정도로 영세하다 보니 대부분 업체가 외부감사 대상에서도 벗어나 있다. 외부감사는 자산 100억원 이상 업체가 대상이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대주주가 고객 돈을 개인 돈처럼 가져다 쓰고 '먹튀'를 해도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이 때문에 등록제를 도입했다. 상조회사를 세우기 위해서는 자본금이 3억원 이상이고 소비자피해보상 보험을 계약했다는 증명서류를 공정위에 제출하도록 했다.

또 고객이 낸 돈의 50%를 의무적으로 금융기관에 예치하거나 이에 상당하는 금액에 대해 채무지급보증계약·보험계약·공제계약 가운데 하나를 체결하도록 했다. 고객이 계약을 해지하면 그동안 낸 돈을 반드시 환급하도록 하는 의무규정도 뒀다.

◇ 상조업계 "우리도 원해" = 상조업계에서는 반기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등록제 도입은 업계에서 건의한 사항"이라며 "등록제로 부실업체를 솎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제대로 영업하는 업체까지 도매금으로 매도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 당국도 긍정적인 입장이다. 정순영 국회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은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고객이 낸 돈의 일부를 예치하도록 의무화하면 소비자 피해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도 상조업을 할부판매법으로 규제하고 있다는 점도 개정안에 힘을 실어준다.

정작 법안은 지난 3월 국회에 제출된 뒤 5개월이 넘도록 상임위에 붙들려 있다. 미디어법, 금산분리완화관련법 등을 둘러싼 여야 대치 국면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을 서민살리기를 위해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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