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된 車, 연비 15㎞/ℓ 비결은?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09.08.27 09:34

[녹색가계부를 씁시다]<7-1>규정속도는 경제속도 안전운전은 알뜰운전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와 '애마' 1988년식 프레스토.

"사람에게 위장병이 생겼다면, 유전적 원인도 있겠지만 과음 또는 불규칙한 식습관도 원인입니다. 자동차가 고장이 난다고요? 그건 고장 날 수밖에 없을 정도로 험하게 몰고 정비를 안 했기 때문입니다."

1998년부터 '자동차 10년타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51)의 말이다. 그의 자동차는 21년 된 프레스토다. 지금도 연비를 1리터당 15㎞를 내주는 효자다.

그가 보유한 1972년 출고 뉴코티나는 50만㎞를 달렸지만 아직도 연비가 12~13㎞는 된다. 임 대표는 "연비가 높으니 연료소모가 적고, 그만큼 오염물질 배출량도 적다"고 자랑한다.

이정용 환경부 교통환경과 사무관은 "임 대표의 뉴코티나와 프레스토는 일산화탄소 및 질소산화물 등 배기가스 기준을 모두 통과했다"며 "오래된 차도 잘 관리하면 오염물질도 적게 나오고 연비도 높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라고 말했다.

21년이 된 프레스토 차량이 최근 출시된 가솔린 아반떼(15.2㎞/ℓ)와 맞먹는 연비를 내는 비결은 뭘까.

◇소모품 적기 교환은 기본= 임 대표는 "적기에 정비하고 소모품을 교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급발진·급제동을 하지 않고 경제속도로 운행하면 자동차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고속도로에서는 시속 110㎞, 학교 앞에서는 시속 30㎞, 다리 위에서는 시속 60㎞ 등 도로구간별 규정속도로만 달리면 그만큼 사고가 날 확률도 낮다. 사고가 안나면 수리비가 들 일도 없다.

규정속도는 자동차 엔진이 무리하지 않는 범위의 속도, 곧 최적속도이자 경제속도다. 자동차가 최적속도로 달리면 연료의 불완전연소도 줄어든다. 그만큼 배기가스 내 오염물질도 적다. "안전운전이 곧 경제적 운전이며 친환경운전"이다.

자동차는 고장을 줄이면 오래 탈 수 있다. 소모품만 제때 교환해도 고장은 줄어든다. 점화 플러그는 2년쯤 탔거나 2만㎞쯤 탔을 때, 타이밍벨트는 6만㎞, 구동벨트는 2만㎞ 탔을 때 교체한다.

브레이크 앞 패드는 2만㎞에 점검하고 뒤 라이닝은 4만㎞에 교체하며 이때 브레이크액도 점검한다. 보통 패드는 두께가 2㎜ 이하로 얇아졌으면 교환한다.

자동 변속기 차량은 4만㎞마다 변속기 오일을 갈아넣는다. 그 외 다른 부품의 점검 시기와 교체 시기는 취급설명서를 보면 자세히 나와 있다.


타이어는 보통 5000㎞쯤 달렸거나 타이어의 '△ 표시'(마모한계선) 부근의 돌출된 부분이 닳아 1.6mm 정도 되면 즉시 바꾼다. 앞뒤 타이어를 교환해 쓰면 수명을 좀더 늘릴 수 있는데, 교환 방법은 같은 방향의 앞뒤 타이어를 매 1만㎞마다 교환하면 된다.

◇"가계부만 쓴다? 차계부도 쓰자"= 가계부를 쓰듯 차계부(車計簿)를 쓰면 자동차를 잘 관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성도 높아진다.

차계부 작성 운전자들은 최소 10% 이상 차 운영비를 줄일 수 있다고 전한다. 올 6월을 기준으로 2000㏄ 중형차 1대당 연간 평균연료, 수리비는 약 420만원(연료비 360만원, 평균 정비료 60만원)에 달한다.

임 대표는 "차계부 작성으로 휘발유 연간 소모량을 220ℓ는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비용만 해도 40만원이다. 차량 소모품의 감가상각비 감소분을 감안하면 비용감소 효과는 더 크다.

또 정비와 소모품을 적기에 교환할 수 있어 필요보다 더 자주 정비하는 일을 줄이게 된다.

차계부 작성은 어렵지 않다. 노트에 날짜별 주유비와 하루 주행거리, 정비내역 같은 내역을 꾸준히 적으면 된다. 무료로 차계부를 받으려면 전국 200여 도시의 '10년타기 정비센터(www.carten.or.kr)'로 가면 된다. 타이어 공기압 측정, 점화플러그 및 에어크리너 점검서비스도 무료로 받을 수도 있다.

◇"막 타면 10만㎞, 잘 타면 50만㎞ 달려"=국산차의 수명은 50만㎞에 이르지만 폐차될 때까지 평균 주행거리는 14만㎞에 불과하다. 새 차를 구입할 때 아예 3~4년만 타고 보자는 인식 탓이다. 이 때문에 가계 지출이 늘어남은 물론 자원 낭비도 초래된다.

임 대표는 "한국에서 2000㏄ 중형차를 구입할 때 취득·등록세만 약 600만원이고 감가상각비를 고려하면 초기구입 비용만 700만원에 이른다"고 설명한다.

"평생 신차를 4번 구입한다고 할 때 초기구입비용은 현재 통화가치로 2800만원에 달합니다. 차를 바꿀 때마다 내야 하는 이 비용을 자기계발이나 가족을 위해 사용한다면 삶이 얼마나 바뀔 수 있을까요?"

생산자는 소비자가 바꿀 수 있다. 그는 "소비자가 7~8년만 사용하는데 생산자가 1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건 낭비일 수도 있다"며 "10년 이상 사용한다는 소비자의 요구가 있을 때 생산자도 견고한 상품을 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가 보유한 1972년 출고 뉴코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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