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환매 취소해주세요"

임상연 기자, 박성희 기자 | 2009.08.26 15:13

세제개편안 후 문의 잇따라… 당일 5시까지 취소 가능

- 전문가 "손실 펀드 추가투자로 매입단가 낮춰야"
-"원금회복시 환매고려" "내년 3~4월 회복 마무리"


#지난해 일본펀드에 1억원을 투자해 30% 이상 손실을 본 김 씨는 참다 못해 어제(25일) 오전 환매를 신청했다. 비과세가 폐지되기까지는 4개월 이상 남았지만 펀드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발을 빼기로 결심한 것. 더욱이 내년부터는 손실을 본 상태에서도 세금을 내야 하고, 자칫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그날 저녁 김씨는 '청천병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정부 당국이 비과세 폐지 이후에도 내년까지 손실액 만큼은 과세하지 않기로 한 것. 김 씨는 곧바로 담당 PB에게 전화를 걸어 환매를 취소하려 했지만 이미 배는 떠난 뒤였다.

25일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은행, 증권 등 펀드 판매 창구에서는 해외펀드 환매 취소 가능 여부를 문의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생겨나고 있다.

당국이 올 연말 해외펀드 비과세 폐지 이후에도 손실액만큼은 과세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자금회수에 나섰던 펀드투자자들이 황급히 환매 요청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이다.

◇ 해외펀드 환매취소는 당일 5시까지
A증권사 강남지점 지점장은 "해외펀드를 환매했던 거액 고객들 위주로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환매 취소를 문의해 오고 있다"며 "거액 고객들은 해외펀드 비과세 폐지에 따른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려고 환매를 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해외펀드는 환매를 요청하면 3~4일 이후 기준가를 적용해 8일 이후에나 환매대금을 받는다. 이 때문에 환매 취소 또는 정정도 기준가 적용일 이전인 3~4일 이전에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해외펀드 대부분은 환매 취소나 정정이 약관상 환매당일 오후 5시까지만 가능하다. 또 동부차이나펀드 등 일부 해외펀드는 환매 취소나 정정이 환매 당일 오후 3시까지만 가능하며, 오후 3시 이후에 신청한 환매를 취소 또는 정정하는 경우는 영업 마감시간까지(오후 5시) 재신청을 해야 한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당국이 손실 난 해외펀드 투자자들을 구제하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이미 환매를 신청한지 하루가 지난 투자자들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정부당국의 늑장 발표에 대한 볼멘소리도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어제 오후 3시에 세제개편안을 발표해 환매 취소 타이밍을 놓쳤다는 것이다.

어제 해외펀드를 환매한 K씨는 "조금 더 빨리 발표했다면 투자자들의 환매 처리나 손익이 달라질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반문하며 "손실 만회 기회를 잃은 것 같아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 환매 늦추고 추가매수로 매입단가 낮춰야
그렇다면 앞으로 해외펀드는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완연한 데다 세제 혜택도 1년간 연장된 시점에서 굳이 환매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오성진 현대증권 WM컨설팅센터장은 "이머징국가뿐만 아니라 선진국시장도 이익 전망치가 상향되는 등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해외증시 전망이 좋아지고 있는 데다 비과세 제도까지 연장돼 해외펀드의 원금 회복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증권 WM컨설팅센터는 9월 자산배분전략에서 해외 비중을 '중립'에서 '확대'로 조정한 상태다.

권정현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비과세가 연장된 이상 추가 매수를 통해 매입단가를 낮추거나 해외펀드 신규 가입의 기회로 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물론 신규 가입의 경우 과세를 감안해야 하지만 세금이 걱정돼 해외펀드 투자로 누릴 수 있는 이익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원금을 회복했다면 부분 환매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라면 금융소득이 4000만원이 넘지 않도록 투자 자산을 정리해 과세에 신경쓰는 게 우선이다.

권 애널리스트는 "10월부터 자신이 투자한 포트폴리오를 점검해 수익을 낸 해외펀드를 중심으로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며 "유망한 역외펀드에 재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오 센터장은 "내년 3~4월 회복이 마무리되는 시점을 환매 시점으로 잡아야 한다"고 내다봤다. 특히 유가가 100달러를 웃돌거나 금리가 상승 조짐을 보이면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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