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예금 함정' 아시나요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 2009.08.27 07:14

외국계은행 '선입선출' 오래둬야 이자 붙어

"외국계 은행의 이자계산법은 다르다?" SC제일은행에 이어 한국씨티은행이 내놓은 수시입출금식 '고금리' 상품을 두고 나온 얘기다.

이들 상품의 이자계산법은 '선입선출'로, 출금을 하면 돈에 '꼬리표'가 붙어 먼저 입금된 돈이 빠져나가는 구조다. 가급적 예금이 은행에 오래 머물러야 이자를 많이 받을 수 있는 탓에 고객에게 불리한 방식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이 지난 20일부터 판매한 '참 똑똑한 A+ 통장'은 예치기간이 30일 이하면 연 0.1%의 금리를 주고 그 이후는 4.2%를 적용한다. 이는 수시입출금식 예금금리 중 은행권 최고 수준이다. 심지어 3%대 후반에서 4% 초반의 정기예금금리보다 높다. 하지만 '맹점'이 있다. 바로 '선입선출'식 이자계산법이다.

이를테면 9월1일 100만원을 넣고 다음날 추가로 100만원을 입금했다가 31일 100만원을 출금했다면 통장엔 100만원이 남아 있지만 금리는 4.2%가 적용되지 않고 여전히 0.1%로 계산된다. 1일 입금한 돈 100만원이 빠져나간 걸로 간주돼서다.

앞서 SC제일은행이 지난해 4월부터 팔고 있는 '두드림통장'도 '선입선출' 방식으로 이자를 계산한다. '고금리 광고효과' 탓에 실적이 출시 1년3개월 만에 은행 전체 수신의 13%를 넘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요구불예금은 월급이 다달이 들어와도 생활비 성격이 강해 카드결제비나 공과금 납부로 돈이 빠져나간다"면서 "결국 30일 넘게 돈을 묵혀두기 힘들어 고금리를 챙기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시중은행은 대부분 '선입선출'이 아닌 매일매일 최종잔액에 대해 이자를 준다. 은행권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선입선출 방식을 쓰지 않는다"면서 "오해의 여지가 많아 정확히 설명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은행에 '역마진' 부담이 없지는 않다. 수개월간 '선입선출' 덕분에 이자비용이 많지는 않지만 시간이 갈수록 부담이 커진다. 수시입출금 용도가 아닌 목돈을 장기로 맡기는 고객이 많아지는 탓이다. SC제일은행이 연 5.1%던 금리를 지난 2월 4.1%로, 이달 3일엔 다시 3.6%로 낮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돈을 자주 넣었다 빼는 것보단 목돈을 장기적으로 예치하면 고금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타행 자동화기기(ATM) 수수료 면제 혜택도 이 상품의 매력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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