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첫 카드' 뭘까

머니투데이 이진우 기자 | 2009.08.25 11:35

기아차에선 디자인 등 '차별화' 주력..이젠 미래 내다보는 '통 큰 경영'으로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전용기를 통해 미국출장길에 오른 25일 아침,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김포공항에서 아버지를 배웅한 뒤 곧바로 다시 양재동 본사로 돌아갔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정 회장이 해외출장에 나설 때 대부분 일정을 맞춰 동행해 왔으나 이번에는 한국에 남았다. 그는 지난주 말 현대차의 기획 및 영업담당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인수인계 및 업무파악을 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후임 기아차 사장에게 그동안 자신이 해 왔던 일을 인계해 주고 현대차에선 각 본부별로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현대차 부회장'으로서의 워밍업을 시작했다. 정 부회장은 아직 기존에 기아차 사장 시절 쓰던 양재동 사옥 서관 집무실에서 일을 보고 있다.

인수인계 등 사전준비 작업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뒤 이르면 다음 주 쯤 동관에 마련되는 부회장 집무실로 옮길 예정이다. 사전에 집무실조차 새로 꾸며놓지 않았다는 것은 이번 부회장 승진이 그만큼 갑작스럽게 이뤄졌다는 방증도 된다.

인사 발령 자체는 금요일 오후에 전격적으로 단행됐지만 사실 그의 현대차 이동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돼 왔다. 그의 '현대차 경영'은 아버지인 정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승계 받아 '오너경영'을 이어가기 위한 필수 시험코스기 때문이다.

그의 부회장 승진은 타이밍 상으로도 비교적 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과거 기아차 실적이 나빴을 때는 현대차 이동설이 제기될 때마다 '위험 회피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지금은 누가 봐도 '금의환향'이다. 디자인 경영 등 차별화 된 경영을 통해 기아차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실적도 크게 개선시켰다.

이제는 기아차 경영에 국한하지 않고 현대차에서, 그것도 더 높은 직위에서 더 큰 틀의 경영을 해봐야 한다는데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의 비중과 역할이 기존 '현대차 부회장'들과는 다르다는 얘기도 된다.


이에 따라 그가 부회장 승진 이후 내보일 '첫 카드'가 무엇일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 부회장이 현대차에서 맡은 일은 기획과 영업이다. 기아차 사장 시절 맡았던 업무도 거의 비슷하다.

그룹 안팎에서는 그가 국내외 영업과 기획업무에 주력하면서 연구개발(R&D) 분야에도 적지 않은 신경을 쓸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현순 부회장이 맡고 있는 연구개발총괄 파트가 별도로 있지만 어차피 '큰 틀'의 경영을 위해서는 친환경 그린카 개발과 정보기술(IT) 등 미래 핵심동력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디자인과 영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정 사장은 과거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전략적 제휴를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등 IT경영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여 왔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정 부회장의 기아차 경영은 경영능력을 검증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며 "앞으로는 현대차를 포함해 그룹을 아우르는 경영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아차 사장 시절에는 '차별화'를 위해 디자인 경영 등 독자 행보를 보였지만 현대차에서는 그룹 전체의 일관성을 고려한 경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그의 경영능력에 대한 시험은 사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볼 수도 있다.

정 부회장은 다음 달 중순에서 하순으로 이어지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와 현대차 체코공장 준공식에서 대외적으로 첫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그는 국내외 주요 모터쇼를 빠짐없이 돌아보며 최신 기술과 신차동향을 살펴보는 '모터쇼 경영'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국제무대에 '현대차 부회장' 명함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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