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곳간' 채우기…진통 뒤따를 듯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9.08.25 15:00

[2009 세제개편]감세 유지하면서 전방위 비과세.감면 폐지

정부가 25일 발표한 올해 세제개편안은 서민·중산층에 대한 세제지원은 가급적 유지하되 고소득자·대기업으로부터 보다 많은 세금을 걷어 악화된 재정건전성을 보완하는 게 핵심이다. 이번 개편을 통해 예상되는 순 세수증대효과는 10조5000억원에 달한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사상 최대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재정지출을 늘리는 바람에 나라살림은 쪼그라들고, 경기 침체로 세수도 축소되는 여건에서 비어가는 '곳간'을 채우기 위한 고육책 성격이 강하다.

그럼에도 지난해 세제개편을 통해 추진해온 법인세와 소득세 추가 인하 등 전반적인 '감세' 기조는 이어간다. 이명박 정부의 '트레이드마크'인 감세는 유지하면서 비과세·감면 제도의 대대적인 정비를 통해 세수를 늘리려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주택마련저축에 대한 소득공제 폐지 등 논란이 될 만한 사안이 수두룩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비과세·감면 대수술=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비과세·감면 제도는 모두 87건으로 이중 25%인 22건이 폐지된다. 6건은 축소되고 59건은 연장된다.

고소득자 뿐 아니라 서민과 중산층의 피해가 예상되는 장기주택마련저축 소득공제 폐지와 펀드에 대한 증권거래세 부과, 해외펀드 비과세 폐지 등도 포함됐다. 재계가 강하게 반대해온 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도 밀어붙였다.

그만큼 정부 입장에서는 세수 확보가 절박하다는 반증이다. 금융기관의 채권 이자에 대한 법인세를 원천징수하는 방식으로 2011년에 받을 세금을 내년에 미리 받는 것도 당장이 급해서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불어닥친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최대한 늘렸다. 그에 비례해 국가 부채가 급증하면서 재정건전성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해 있다.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 30.1%에서 올해는 35.6%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영선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서민중도노선에 맞추면서도 성장잠재력 강화와 재정건전성 회복에도 부합되도록 설계를 했다"면서 "감세를 통해 세율은 낮추면서 과세기반을 넓힌다는 조세원리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깎은 세금 다시 걷는 방식=지난해 결정된 감세에 따라 소득세율은 2008년 8~35%에서 내년에는 6~33%로 내려간다. 법인세율도 낮은세율은 13%에서 10%로, 높은세율은 25%에서 20%로 낮아진다.

이로 인해 세수는 내년에만 10조2000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있다. 이 때문에 야당은 물론 여당 일부에서도 추가 감세를 유보해 세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셌다.


그러나 정부는 감세는 그대로 가져가는 대신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로 부족한 세수를 메우는 방향을 선택했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으로 2012년까지 순세수가 10조5000억원 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중에서 법인세(6조4000억원)와 소득세(2조5000억원) 증대분이 가장 크다. 감세로 법인세와 소득세를 깎아주면서도 다른 주머니에서는 깎은 세금의 일부를 다시 걷어가는 셈이다.

이런 점을 의식해 정부는 증가하는 세수 중 고소득자와 대기업이 부담하는 비율이 80~90%로 서민들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소득세 최고세율(과표 8800만원)를 기준으로 하면 고소득자와 대기업 부담은 8조4000억원으로 79.6%가 된다. 상용근로자 평균소득의 150%(4800만원)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을 적용하면 고소득자와 대기업 부담은 9조5000억원으로 90.6%로 높아진다.

◇원안대로 통과될까=예상보다 광범위하게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했지만 정부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공모펀드 증권거래세 부과의 경우 금융위원회는 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과세율을 낮추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부처협의와 당정협의 과정에서도 논란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들이 달가워하지 않는 장마 저축의 소득공제 폐지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수정될 여지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의사·변호사·회계사·입시학원 등 고소득 전문직 대해서 30만원 이상 거래시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고 위반사실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강력한 이익집단의 반발에 뒤따를 것이 확실시된다.

임시투자세액을 폐지하고 금융기관의 이자소득에 대해 법인세를 원천징수하는 방안도 재계와 금융권의 반발을 넘어서야 한다.

재정부 관계자는 "법안 개정은 국회 소관이지만 정부는 원안대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작년에는 정치권만 상대하면 됐지만 올해는 경제계와 여러 이익집단과도 부딪혀야 해 고충이 클 것으로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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