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떨어진다면' 클래식을 들어라

서희태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 2009.08.25 12:10

[서희태의 클래식 바이러스]빈민촌 아이들 삶을 바꾼 클래식

클래식이란 말이 바로 '고전'이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으로 대표되는 고전파음악이 이룬 가장 중요한 음악사적 업적은 바로 '소나타 형식'의 출현이다. 소나타 형식이란 A-B-A(A')의 완전구조로 제시부, 발전부(전개부), 재현부의 3부로 이뤄지며 이 앞뒤에 서주부와 종결부가 붙기도 하는 형식으로 이것이 발전해 소나타, 협주곡, 교향곡이 됐다.
 
적절한 표현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쉽게 풀어서 설명하자면 어느 성악가가 무대에 나와서 노래를 부른다고 가정하자. 노래의 제목은 '도레미파솔라시'라고 가정하고 머릿속에 그 음들을 떠올려보자. 성악가가 '도레미파솔라시'까지 노래하고 정중히 인사하고 들어간다고 가정하면 이 연주를 듣는 청중은 아마 매우 찝찝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마지막 '도'를 듣지 못해서다. 소나타 형식이란 이 마지막 '도'를 다시 한번 들려주면서 안정감을 주는 형식을 말한다.
 
클래식, 특히 소나타 형식의 음악을 들으므로 얻어지는 이러한 안정감이 이성과 감성의 불균형 속에 자라나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균형감을 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모차르트 효과'다. '모차르트 효과'(Mozart Effect)란 말은 1993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연구팀이 대학생 36명에게 모차르트의 '2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D장조' 등을 들려주고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고 테스트에 응시한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성적이 향상하자 언론이 이를 대서특필하면서 비롯됐다.
 
또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논문을 보면 어릴 때 음악활동에 활발히 참여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수학·읽기성적을 비교해봤더니 음악과 관련한 활동을 많이 한 학생의 성적이 훨씬 좋았다고 한다. 특히 음악이 학업 성취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두드러졌다고 한다.
 
한편 '모차르트 효과' 이론이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버드 교육대학원이 발표한 '예술과 학업성취'란 보고서에서 앨런 위너 교수는 '예술교육이 수학점수 등을 높여준다는 증거는 없었다'며 '과장된 이론들이 오히려 예술교육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모차르트 효과'를 맹신한다면 역효과도 있을 수 있으나 그 음악을 통해 심리적·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것만은 확실한 진실이다.
 
최근 인기가 있는 음악치료도 이에 근거한다고 할 수 있다. 앞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이러한 고전음악의 긍정적인 부분을 잘 고려해 만든 성공적인 사례가 있다. 바로 베네수엘라의 음악. 사회교육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El Sistema)인데 '엘 시스테마'의 창시자는 경제학자이자 오르가니스트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다.

 
그가 1975년 빈민촌 아이들 11명을 모아 무료로 악기를 나눠주고 클래식 음악을 가르치는 것으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30여만 명의 음악가를 배출하고, 120여개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탄생시켰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엘 시스테마'가 단순한 음악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마약과 범죄의 유혹에 방치돼 있던 빈민층 청소년들의 삶을 바꾸는 사회교육이라는 차원에서 매년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고 있고 이로 인해 수많은 청소년이 실질적인 혜택을 입고 있다.
 
2008년 12월에 '엘 시스테마'의 가장 귀중한 결과물로 평가받는 시몬볼리바르 유스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해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역시 '엘 시스테마' 출신이다. 그는 열여덟살에 이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 됐으며, 2006년에 괴텐부르크 심포니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그리고 지난해에는 스물일곱의 나이로 LA필하모닉의 차기 상임지휘자로 발탁돼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음악은 우리의 삶을 바꿔놓았고, 이제 음악은 삶 그 자체다." 바로 두다멜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과 같은 말이다. 얼마나 행복한 말인가.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 모 기업의 후원으로 '해피뮤직스쿨'이라는 이와 흡사한 민간 차원에서 후원을 하고 있고, 보건복지가족부에서는 '지역사회서비스혁신사업'의 일환으로 '저소득아동을 위한 클래식 음악교육사업'을 시작해 기초생활수급자, 모부자가정, 다문화가정, 장애인가정 등 생활이 어려운 아동들에게 이 혜택을 주고 있다.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워지면 음악교육을 시키거나 가족이 연주회에 함께 가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연구결과를 토대로 유년기 음악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또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도 쉽게 음악교육을 받는 기회들이 더 많아지도록 민관이 함께 하는 여러 가지 노력이 있어야겠다.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겸 한국공연예술교육원 교수)

베스트 클릭

  1. 1 '청춘의 꿈' 부른 김용만, 자택서 별세…"한달전 아내도 떠나보내"
  2. 2 "임신한 딸이 계단 청소를?"…머리채 잡은 장모 고소한 사위
  3. 3 "대한민국이 날 버렸어" 홍명보의 말…안정환 과거 '일침' 재조명
  4. 4 "봉하마을 뒷산 절벽서 뛰어내려"…중학교 시험지 예문 논란
  5. 5 유명 사업가, 독주 먹여 성범죄→임신까지 했는데…드러난 '충격' 실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