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의 유산과 과제…'3金시대의 청산'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 2009.08.23 16:11

유산=남북 평화통일, 의회주의에 대한 신념, 과제=지역 패권주의 청산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긴 정치적 유산과 과제는 무엇일까. 김 전 대통령이 23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영면에 들어갔지만 그가 남긴 정치적 유산과 과제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인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이자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룬 정치인으로서 그의 '존재감'은 한국 정치 역사에 길이 남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통령은 기나긴 민주화 투쟁을 통해 평화적·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뤘다는 점에서 한국은 물론 세계 정치사에도 유례를 찾기 힘든 정치인으로 남게 됐다.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전 대통령과 더불어 20세기 민주주의 운동을 상징하는 양대 거목으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김 전 대통령의 서거는 한국 정치사를 지배했던 '3김 시대'의 공식적인 마감을 의미한다. 3김 시대는 영·호남 지역갈등, 개인 카리스마에 의존하는 '맹주체제' 등으로 특징되며 한국 정치사의 '굴곡'이자 '짐'으로 평가되고 있다.

◇DJ의 유산= 정치권은 △남북 평화통일을 향한 의지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 등을 김 전 대통령이 남긴 유산으로 거론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제15대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전격 성공시키며 남북화해와 교류협력의 큰 길을 열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이어 남북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쳤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 이후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남북관계는 김 전 대통령 시대에 비해 오히려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찌보면 '신 냉전시대'에 들어선 모습이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의 서거에 북한이 고위급 사절단을 파견했고, 이날 사절단이 청와대를 방문해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최초로 남북간 공식 대화가 성사됐다. 이에 따라 경직된 남북관계가 해빙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낳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투옥, 사형선고, 감금 등을 극한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실천을 놓지 않았다. 빈소, 분향소를 국회에 차리고 이날 치러진 영결식을 국회에서 거행한 것도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

여야는 지난해와 올초에 거친 '입법전쟁' 등을 거치며 극단적인 대립구도에 빠졌고, 이후 타협과 대화가 단절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대화와 타협, 대의에 따른 의사결정이란 의회주의는 실종될 수밖에 없었다.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여야 등 정치권에서는 '의회주의의 복원'이란 과제를 껴안게 됐다. 청와대와 정부 측이 일부 보수세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족 뜻을 존중해 국민장이 아닌 국장으로 장의의 격을 높이는 등 화해의 정신을 보인 것도 촉매제 역할을 할 전망이다.

◇3김(金) 시대의 청산= 3김 시대의 완전 청산이 정치권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역에 근거한 패권주의를 넘어 '전국정당' 출현이란 시대적 과제로 이어진다고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는 절대적인 개인 카리스마에 의존한 한국 정치 문화의 종식을 뜻한다. 한나라당 한 초선의원은 "한국 정치 특히 정당은 지역주의에 갇혀 성장을 위한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은 영남정당, 민주당은 호남정당'이란 인식이 사라질 때 비로소 한국 정치는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김 전 대통령은 의회 민주주의의 주창자, 평화적 정권교체의 주역으로 평가받지만 동시에 지역 패권주의의 최대 수혜자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민주 대 반민주' 구도, '영·호남 지역 갈등'이 각각 씨줄과 날줄을 이뤄 그의 정치활동의 기반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지역균형발전'에 천착했지만 성과보다는 갈등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지역주의의 청산이란 숙제는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정치개혁 구상'을 통해 지방행정체제 및 선거구제 개편을 통한 지역주의 해소를 천명했다. 이는 3김 시대부터 내려온 지역 패권주의를 극복해야만 한국 정치와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고 노 전 대통령의 문제의식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이 대통령이 진단해 내놓은 '근원처방'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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