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저축銀중앙회장의 아름다운 '바통터치'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 2009.08.23 18:47
저축은행업계를 이끌 새 선장에 주용식 전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장이 선출됐습니다. 그는 24일 임기 3년의 제15대 상호저축은행중앙회장에 오릅니다.

지난주 치른 회장 선거를 지켜본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은 오랜만에 밝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무엇보다 28년 만에 전임 회장 임기 내 차기 회장이 선출돼 전임자와 후임자가 한 자리에서 아름다운 바통 전달의 장면을 연출한 때문입니다. 그간 회장 선거는 전임 회장이 물러난 뒤 실시됐습니다.

주 신임 회장 당선이 확정된 후 김석원 회장은 축하의 덕담을 건넸고, 저축은행 CEO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환영했습니다. 선거 후 이어진 오찬모임에선 김 전회장과 주 신임 회장이 각각 무대에 올라 건배를 제의하며 축제 분위기를 이어갔습니다.

저축은행중앙회 차기 회장이 현직 회장 임기 내 선출된 데는 김 전회장의 노력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입니다. 김 전회장은 전임자기 물러난 뒤 선거를 치른 탓에 아쉬움이 컸었다고 합니다.


공개석상에서 전임 회장과 악수 한번 제대로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전임 회장 퇴임 후 차기 회장 선거일까지 여러 인사가 하마평에 오르는 과정에서 잡음도 상당했다고 합니다. '리더십 공백'은 짧더라도 큰 손실을 낳을 수 있다는 게 당시 김 전회장의 판단이었습니다.

정작 김 전회장의 속내는 오해를 낳기도 했습니다. 업계에선 "김 회장이 연임을 노리고 임기 내 선거를 치르려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억울할 법도 했지만 김 전회장은 침묵했습니다. 사실이 아닌데 부정하고 나서면 되레 더 엉뚱한 추측을 낳아 지난 선거처럼 잡음이 커질 것을 우려했다는 게 지인들의 전언입니다. 속앓이도 상당했겠지요.

그는 주 신임 회장이 후보자로 물망에 오르자 즉시 "차기 회장선거에 입후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김 전회장의 세심한 처신으로 저축은행업계는 오랜만에 선거다운 선거를 치르게 된 것입니다. 트레이드마크인 멜빵을 매고, 넉살좋은 웃음을 짓던 이웃집 아저씨 같은 김 전회장의 모습을 많은 저축은행 가족이 그리워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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