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운용수익률 1위, 보유채권 다 팔았다"

더벨 황은재 기자 | 2009.08.20 09:36

[채권운용전략:은행편]남궁원 외환은행 글로벌마켓부 상품운용팀장

편집자주 | 금융위기의 두려움이 한 풀 꺾였지만금융시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와 통화당국의 구원 조치가 중단되고 시장 스스로 정상화를 모색해야 하는 단계이다. 경기 혼조, 인플레이션, 달러 약세 등의 갖은 변수가 시장참가자들의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 전환기를 맞고 있는 2009년 하반기 금융시장을 채권운용전문가들에게 들어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08월12일(12:0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외환은행 글로벌마켓부에서 상품(채권)운용을 맡고 있는 남궁원 팀장은 얼마 전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전화를 받았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 생각이 없냐는 문의였다.

"왜 이런 전화가 걸려올까요? 부동산 시장이 거품단계에 진입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니겠어요?"

남궁팀장은 경기 회복보다 더 빠른 속도로 자산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분명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당국은 최근 주택담보대출 인정비율(LTV)를 하향 조정했고 총부채상환비율(DTI)도 낮추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주택담보대출 확대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해 강한 경계를 나타내고 있다.

사실 유동성 회수, 기준금리 인상과 같은 조치들은 채권을 보유하고 운용하는 입장에서 볼 때 달갑지 않은 것들이다. 그럼에도 남궁 팀장은 거품을 막기 위한 조치를 빨리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궁팀장은 "경기 회복을 위해 자산가격 거품을 방치한다면 자원 배분의 왜곡 등 문제가 발생한다. 당연히 통화정책의 방향도 바뀌어야 할 시점이다. 채권금리 보면 국고채 금리를 기준으로 기준금리보다 250~300bp 가량 높다. 그래서 가격 메리트가 있다고 하지만 매수하려는 곳은 많지 않다"며 "자산가격 거품에 대한 정책 대응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말이 되면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0.50%포인트 높은 2.50%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3.50%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서 요즘 채권운용은 손보다는 눈으로 하는 날이 더 많다고 한다. 지난 7일 현재 보유하고 있는 채권규모는 불과 200억원 정도. 올해 초만 해도 은행채와 크레딧 채권을 중심으로 8000억원이 넘는 채권을 가지고 있었다.


남궁팀장은 "올해 운용목표를 거의 달성했다"며 "금리변동성이 확대되는 3분기 시장에 공격적인 대응은 삼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금리가 크게 오르면 1000~2000억원의 채권을 매입하기도 하지만 보유 기간은2~3일 정도에 불과한 짧은 호흡을 가져가고 있다"고 귀띔했다.

운용을 할 때는 과감하고 공격적이지만 철저한 위험관리로 올해 남궁팀장은 올 상반기 시중은행 가운데 상품채권 운용부문에서 수익률 1위에 올랐다.

문득 지난해 말 8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가지고 해를 넘긴 비결이 궁금했다. 기준금리 인하와 유동성 확대 조치 영향으로 작년 4분기에 채권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했을 때, 대부분의 은행들은 입맛만 다셨다. 상반기에 금리가 오르면서 운용 손실이 발생해 정작 금리가 떨어질 때는 제대로 실탄을 쏘지 못했다.

남궁 팀장은 "지난해 다른 은행들과 차별점이 있었다면 상반기에 어느 정도 운용수익을 올렸고 하반기에는 위험관리에 들어갔었다. 이익이 났기 때문에 작년 말에 다른 은행들보다 공격적으로 채권운용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는 이대로 곳간을 비우고 끝낼 작정일까. 남궁 팀장은 4분기에는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금리인상이 단행되면 채권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지만 기준금리가 금융위기 이전으로 되돌아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거품 조짐을 보이고 있는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조정되면서 채권이 투자처로 재부각될 수 있다는 예감이다. 남궁 팀장은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주로 장기물 매수해야 한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금리인상이 연내에 이뤄지지 않는다면 2년 만기 내외의 채권이 가장 적절한 투자 대상"이라고 말했다.

남궁 팀장은 1991년에 외환은행에 입행해 1999년부터 채권운용을 시작했다. 잠시 금융공학쪽에 몸을 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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