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연동채권 시장이 살아나려면

더벨 한희연 기자 | 2009.08.21 10:00

[thebell note]발행·거래 실종...당국 의지와 투자자 이해 필요

이 기사는 08월20일(08:0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물가연동채권 시장이 사실상 죽었다. 현재 한국의 물가연동채권 시장은 발행도 거래도 거의 없는 유령시장이다. 투자자들의 거래가 없어 발행이 이뤄지지도 않고, 유동성이 적어 거래도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미국은 투자자들의 수요가 많아 물가연동채권 발행을 늘릴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거래가 거의 끊긴 한국 물가연동채권 시장과는 대조적이다.

물가연동채권은 채권의 원금과 이자지급액을 물가에 연동, 물가변동에 따른 위험을 제거해주는 채권이다. 주로 국채 중심으로 형성되고 약 20여 개 국가에서 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7년 3월10일 물가연동국고채(Inflation-Linked Korean Treasury Bond, KTBi) 10년물 7-2호를 발행했다. 총 2조7600억원이 발행됐으나 응찰 부진으로 현재는 발행이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바이백 실행으로 1조7000억원 정도가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

물가연동국고채가 더 이상 발행되지 않는 이유는 기관들의 거래가 없기 때문이다. 물가연동국고채의 주된 투자자는 보험사, 연기금 등 장기투자기관과 일부 돈 많은 개인들. 이들 투자자들에게 물가연동국고채는 아직 낯선 분야다.

더벨이 국내 기관들에게 물가연동국고채에 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크게 세가지로 정리됐다. △만기보유계정에 편입을 못하고 △평가하는 방식이 복잡하고 △물가가 하락할 때 원금보장이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엔 오해도, 개선해야할 점도 존재한다.


우선 '매도가능증권' 계정에만 분류하게 돼 있던 물가연동국고채는 지난해 9월 이후 '만기보유증권' 계정으로도 편입이 가능하게 됐다. 이런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아 투자자들이 오해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복잡한 평가방식이나 원금 보장 문제는 앞으로 차차 개선 방안을 생각해 봐야할 문제. 하지만 파워스프레드 등 여러 복잡한 상품들도 이미 거래되고 있는 시장에서 물가연동국고채에 관한 적합한 평가방식을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의견이다.

또 원금 보장을 하지 않고 있는 영국, 캐나다, 일본 등에서도 물가연동국고채는 많이 거래되고 있다. 현재 원금 보장을 해 주는 국가들은 미국과 프랑스, 뉴질랜드 등이다.

하반기 채권금리 상승과 물가 상승이 예상되는 현 시점에서 물가연동국고채에 대한 수요는 어느 정도 있는 상태다. 통화유동성 문제로 2~3년 후에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것이란 예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한 수요도 상당 부분 존재한다.

실제로 김성현 유진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하반기에는 물가상승에 대비해 물가연동채권과 변동금리부채권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보형 KTB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도 "일반 채권형을 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하는 시장에서 인플레이션 헤지용으로 물가연동채권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물가연동채권은 유동성 우려로 많이 거래되지 않고 있지만 향후 조금씩 거래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발적인 수요는 이미 존재한다. 수요를 잘 모아본다면 물가연동채권 시장은 이대로 죽지만은 않을 것이다. 정책당국의 약간의 의지와 투자자들의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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