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만 배불리는 재건축 수주전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 2009.08.20 17:37

고액 이주비에 이사비용도 제시, 자취감췄던 OS 재등장… 갈수록 '혼탁'

가뜩이나 진흙탕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재개발·재건축 수주시장이 더욱 혼탁해질 전망이다. 시공업체간 과도한 수주 홍보전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홍보공영제'가 유명무실해진 가운데 최근들어선 조합원을 상대로 밀착영업 행위를 하는 홍보도우미인 일명 '아웃소싱'(OS)이 재등장했다.

건설사들마다 조합원들을 유인하기 위해 고액의 이주비는 물론 이사비용까지 제시하는 반면, 건축비는 낮추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사업조건이 급속히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메이저 건설사들의 맞대결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업체간 자존심 싸움이 불가피하고 이는 결국 과열 경쟁에 따른 출혈 수주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다.


◇복수를 낳는 '복수전'=현대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 국내 '빅5' 건설사들의 올 한해 재개발·재건축 수주실적은 모두 1조원이 넘는다.

현대건설이 14개 구역에서 총 1조9550억원을 수주해 가장 많다. 이어 △대림산업 9개 구역 1조5963억원 △GS건설 7개 구역 1조3019억원 △대우건설 10개 구역 1조2870억원 △삼성물산 7개 구역 1조1527억원 등이다. 이들 빅5 기업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현대산업개발도 4개 구역에서 7870억원의 시공권을 확보했다.

특히 예년에 비해 올해는 이들 6개 건설사간 물고 물리는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업체들마다 물량 확보를 위해 재개발·재건축 수주에 올인하고 있어서다. 부천 도당1-1구역에선 현대건설과 삼성건설이 맞대결을 펼쳐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확보했다. 구의1구역 재건축사업에선 삼성건설이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을 제쳤다.

이때의 앙금 때문에 현대건설은 염리3구역에서, 현대산업개발은 장위7구역에서 각각 삼성물산을 상대로 맞대결을 펼쳤다. 총회 결과 현대산업개발은 삼성을 상대로 복수에 성공했지만, 올 최대어로 꼽히는 현장 중 한 곳인 염리3구역은 GS건설이 시공권을 따내면서 현대건설의 복수는 무산됐다.



◇출혈경쟁 불보듯=하지만 GS건설은 염리3구역에서 후유증이 생겼다. 치열한 경쟁을 치르면서 건축비를 대폭 낮추는 등 사업조건이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다.

현대건설과 삼성건설은 염리3구역 수주실패를 계기로 수주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수주전략팀을 만들어 그동안 개별사업소에 일임하던 수주권한을 본사로 집중한다는 구체적인 정보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건설업계도 두 업체의 이같은 행보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과도한 경쟁을 지양하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공격적인 수주전략을 강화할 경우 출혈 경쟁은 더욱 심화될 수 있어서다.

현재도 재개발·재건축 수주시장은 지나칠 정도로 혼탁해졌다는 지적이다. 2007년 검찰 수사이후 조합원을 상대로 뇌물을 전달하는 등의 영업행위를 해온 OS가 자취를 감췄다가 최근 재등장했다. 특히 과거 조합원 10명당 1~2명이었던 OS 숫자도 3~4배 이상 늘어나는 등 조합원을 돈으로 매수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한 대형사 중역은 "기존에 서울 재개발·재건축시장을 주도해 오던 건설사들이 타사의 집중견제로 시장을 잠식당하면서 더욱 공격적인 형태로 바뀌어 가고 있다"며 "결국 각 사의 수주 지상주의가 출혈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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