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평전 저자 "죽음까지 내몬 독재자도 용서"

머니투데이 남형석 기자 | 2009.08.19 19:02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회고

지난 5월 29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영결식에 참석한 김대중 전 대통령. 김삼웅씨는 김 전 대통령을 "매우 합리적이고 실용적이며 온건한 정치인"으로 평가했다.

“첫 눈에 반했죠. 젊고, 잘생겼고, 청중을 압도하는 연설가였습니다.”

전 독립기념관장 김삼웅씨(66)은 38년 전 김 전대통령을 처음 만난 순간을 소회했다. 1971년, 김 전 대통령이 신민당 대통령 후보이던 시절 얘기다.

김씨는 현재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전을 집필 중이다. 김씨와 김 전 대통령의 인연은 그 해 있었던 대선 당시 김씨가 신민당의 기관지 ‘민주전선’의 취재부장을 맡으며 시작됐다. 16년이 지난 1987년 김 전 대통령이 두 번째 대선 출마를 위해 평화민주당을 만들 때에는 창당선언문 작성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지나치게 앞서나간다는 이미지와 달리 실제로는 매우 합리적인 분”이라고 평가했다. 일례로 1965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일회담을 추진할 당시의 얘기를 꺼냈다.

“당시 국민적인 반대가 있었죠.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한일회담을)해야 한다고 봤어요. 대신 정부가 내세운 조건이 아닌 이승만, 윤보선 시절부터 줄곧 주장한 배상금 액수에 한일어업문제 해결 등 실리를 함께 추구하자고 주장했죠.”

그는 “같은 해 베트남전쟁 파병 논란 때도 김 전 대통령은 소신 있게 주장을 펼쳤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정부군 대신 의용군을 보내자고 주장했어요. 그래야 우리 군사 피해도 최소화하면서 대외적 비판도 무마할 수 있고 실익까지 챙길 수 있다고 본 거죠.” 그는 김 전 대통령이야말로 ‘실용주의’에 입각한 온건파라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의 평생과업인 남북문제에 대해서 그는 “(김 전 대통령은)이미 1970년에 지금의 6자회담과 비슷한 형태의 남북문제 해결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김 전 대통령은 남북이 UN에 동시가입하고 4대국가(미.소.중.일)가 이를 보장하는 체제를 꿈꿨다”며 “이는 90년대 들어서야 실현되고 있다”고 김 전 대통령의 안목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의 학구열과 지적 수준에도 높은 평가를 내렸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을 보면 그 분이 얼마나 독서를 좋아하고 해박한 지식을 지녔는지 잘 알 수 있다”며 “80년대 미국 망명 기간 동안에는 미국 국무성과 70여개 대학에서 강의를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최종학력이 상고 졸업인 자가 학문적으로도 뛰어난 평가를 받으니 오히려 기존 정치인과 지식인들에게 미움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1987년 6월 항쟁 얘기로 넘어갔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DJ와 YS의 리더십이 전두환의 친위쿠데타를 막았다”고 소회했다.

“우리사회가 일촉즉발의 위기일 때 DJ와 YS가 서로 ‘직선제 개헌을 하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단결을 이끌어 냈어요. 그게 6월 항쟁과 6.29 선언의 원동력이 된 거죠. 물론 직선제 개헌 뒤 두 정치인 모두 말을 바꿔 결국 후보단일화에 실패하긴 했지만요.”

김영삼 전 대통령 얘기가 나온 김에 최근 병문안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병문안 차 방문해 “이제 화해할 때가 됐다”고 말한 바 있다. 만약 그 날 두 전직 대통령의 만남이 이뤄졌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화해 제스처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해졌다.

김씨는 “그 분 의중을 어떻게 말할 수 있겠냐”며 조심스러워 했다. 그러나 “자신을 죽음까지 몰고 간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도 용서한 분”이라며 “이들과는 달리 김영삼 전 대통령은 라이벌이지만 동지이기도 했다”는 말로 간접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38년이란 세월 동안 김 전 대통령을 지켜본 김삼웅씨는 18일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하고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사람은 누구나 돌아가지만 슬픈 기분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이죠.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이 늘 강조해왔던 민주주의, 화해, 서민중심의 가치가 훼손돼 가는 시기에 이렇게 돌아가신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어려운 시기에 사람들이 의지할 곳을 잃은 거니까요.”

그는 김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결국 역사가 내려줄 것”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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