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장외 바이오 우회상장 '러시'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 2009.08.20 07:28
"바이오 기업은 투자사이클이 길고, 특히 실적을 추정하기 어려워 기업공개(IPO)를 하는데도 제약이 많습니다. 결국 우회상장을 택할 수밖에 없죠"

장외 바이오 기업들의 증시 뒷문입성을 바라보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관전평이다. 최근 국내증시에 입성하는 바이오 기업들이 부쩍 늘고 있다. 그러나 2006년 황우석 사태 이후 직상장은 거의 자취를 감췄고 우회상장만이 주된 통로로 쓰이고 있다. 어느분야나 우회상장은 있지만 바이오분야가 유난히 심하다.

셀트리온이 코스닥 시가총액 1위까지 오르고 차바이오앤도 시가총액 10위권 안으로 뛰어들며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자 우회상장 물꼬가 터졌다. 히스토스템, FCB파미셀, MCTT 등 장외 바이오기업들이 잇따라 상장사인 텍슨, 로이, 코어포올 등을 통해 우회상장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바이오 '대장주'인 셀트리온도 거래소 직상장에서는 외면을 받았다. 어쩔 수 없이 우회상장을 택한 뒤,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1위까지 등극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여기다 세원셀론텍차바이오앤도 우회상장으로 시장에 데뷔해 비교적 호평을 받은 탓에 장외 바이오 기업들의 움직임은 더욱 부산해진 것 같다. 특히 2005~6년 투입된 벤처투자자금들이 기업공개(IPO)가 안되면 우회상장을 통해서라도 수익을 실현하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이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우려의 말도 전했다. 셀트리온과 같은 바이오업체들은 실제 매출을 통해 수익을 거두고 있지만, 아직까지 검증되지 않은 단계의 바이오업체들도 증시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우회상장 가능성만으로 급등하는 주가를 보면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특히 최근에는 '실적 없는'기업들이 '주인 없는'기업을 우회상장 통로로 이용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주인이 없다보니 경영권 인수가 용이해서다.

가장 최근 사례인 인공장기 및 줄기세포 업체인 MCTT도 사실상 '무주공산'인 코스닥 상장사 코어포올을 통해 자금조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자금조달 목적이 아니라면 번거로운 주식시장의 문을 두드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상업화까지는 갈 길이 먼 만큼, 투자하려면 실적은 아니더라도 기술만이라도 검증해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실적과 기술력 추정을 애널리스트도 못하는데, 개인투자자들이 어떻게 믿고 투자하느냐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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