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먹먹한 심정으로 지켜본 이가 있었다. MBC 표준FM '최양락의 재밌는 라디오'의 '3김퀴즈' 코너 등에서 11년간 김 전 대통령 성대모사를 해 온 코미디언 배칠수(37)다.
배칠수는 "실제 뵌 것은 한 번 뿐이지만 고인보다 그 목소리로 더 말을 많이 한 사람이 저"라며 "매일 흉내내다 보니 애정이 생겨 아버지처럼 생각했는데 돌아가셔서 너무 안타깝다"는 애도를 표했다.
그는 "11년 전 개그맨 시험에서 고인의 성대모사를 해 합격했다"고 말했다. 배칠수는 성대모사를 위해 김 전 대통령의 음성을 연구하고 그의 종적을 공부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 "몇해 전 김 전 대통령께서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전화통화에서 '3김퀴즈 재미있게 듣고 있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며 "농담조로 '난 왜 정답을 잘 못 맞히냐'며 웃으실 때가 생각난다"고 그리워하기도 했다.
2002년 4월부터 전파를 탄 '3김퀴즈'는 DJ 최양락과 개그맨 배칠수가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리의 목소리를 성대모사해 세태를 풍자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코너다. '3김'이 쉬운 문제를 끝까지 못 맞추는 모습이 청취자의 웃음을 자아내며 인기를 끌었다. 코너는 김 전 대통령의 건강이 악화돼 13일 병원에 입원하면서 잠정 중단, 폐지로 가닥이 잡혔다.
배칠수는 "3김퀴즈가 중단된 것도 안타깝지만 김 전 대통령이 폐렴으로 신촌 세브란스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걱정을 많이 했다"며 "결국 병을 이기지 못하고 돌아가셨지만 생전 권위적이지 않고 따뜻하셨던 모습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배칠수는 또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언젠가는 우리나라가 민주화 됐겠지만 김 전 대통령은 그 시기를 상당히 앞당긴 인물"이라고 평했다. 그는 "우리 역사에서 누구보다 큰 역할을 하신 분을 잃어 너무나 안타깝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한편 19일 MBC 표준FM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에서는 잠정 중단된 '3김퀴즈'를 마지막으로 선보였다. 김 전 대통령(배칠수 성대모사)은 늘 엉뚱한 오답만 외치다가 7년 4개월만에 처음으로 은 '민주주의'라는 짧은 정답을 외쳤고 '딩동댕'이 울렸다.
배칠수는 떨리는 음성으로 고인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열심히 잘들 계시고 건강들 하십시오, 좋은 날이 올 것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라는 인사를 건넸다.
앞서 배칠수는 이날 오후 MBC 표준FM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출연해 김미화로부터 고인의 성대모사를 부탁받았지만 끝내 거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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