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생명 M&A, '이해타산'과 '인맥' 사이

더벨 현상경 기자 | 2009.08.19 09:52

'이해타산'과 '인맥'이 M&A에 미치는 영향

이 기사는 08월17일(14:0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거래란 이해타산이 맞아 떨어질 때 성사된다. 그러나 이 또한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이해타산은 일치하는 데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 탓에 거래가 중단되는 일이 종종 있다. 거꾸로 이해득실은 적은데 학연이나 지연 덕분에 거래가 이뤄지는 일도 생긴다.

칸서스자산운용의 금호생명 인수가 시장에 알려질 당시 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인맥관계에 기초한 딜 아니냐"는 묘한 전망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거래를 추진하는 주역들의 인연이 남달랐기 때문이었다.

칸서스자산운용을 이끄는 김영재 대표는 호남지역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광주일고(광주제일고) 41회 졸업생이다. 거래 상대방인 금호그룹은 호남지역 대표기업인 동시에 오너일가 상당수가 광주일고 동문들이다.

박찬구 전 금호석유화학 회장, 금호생명의 사령탑인 박병욱 대표가 김영재 대표의 광주일고 동기동창(41회)이다. 금호그룹를 이끌었던 박삼구 명예회장은 이들의 3년 선배(38회)다.

이런 인연 탓에 김영재 대표와 금호 오너일가는 상당한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금호생명M&A가 이해타산 뿐 아니라 인간적인 관계에도 영향을 받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 것.

물론 섣부른 예단이란 지적도 없지 않았다. 따져보면 광주일고를 나온 금융권 인사가 한 둘이 아닌데다(37회 손성원 전 LA한미은행장, 40회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 52회 박현주 미래에셋회장, 52회 장인환 KTB자산운용대표 등등) 이들의 인맥관계는 사적인 인연에 불과할 분 '프로페셔널'들이 추진하는 거래에 냉정한 계산이 배제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사의 거래는 묘하게 진행됐다.

최종가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칸서스는 기존 후보들보다 상당히 후한 인수가격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뿐 아니라 금호아시아나그룹 유동성 확보의 핵심인 신주와 구주비율 등 인수조건도 경쟁 후보들보다 금호측에 유리한 상황이다.

작년 수십억원대의 선물환 손실과 올해 지급여력비율 급락에 이르기까지 연이은 악재를 안고 있는 금호생명 입장에서 칸서스는 '구세주'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금호생명과 칸서스의 과거 인연마저 부각됐다.

김영재 대표와 한일시멘트간 칸서스 자산운용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다. 한일시멘트는 1대주주임에도 불구,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해 김영재 대표의 우호지분에 대해 '신주발행 효력정지'와 '신주발행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서 한일시멘트가 문제 삼은 우호지분 소유주가 바로 금호생명이다. 다수의 기관투자가들이 투자제안을 받고도 거절했지만 금호생명과 대우증권은 과감하게 김영재 대표의 우군이 됐다.

상황이 이쯤 되니 연기금이나 은행 등 기관투자가들은 금호생명 기업가치와는 별개로 양사의 특수관계와 이로 인한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를 우려하게 됐다. 결국 김 대표와 금호 오너일가와의 관계도 다시 주목받을 수 밖에 없게 됐다.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M&A에서 인맥관계는 거래 발생단계에서는 '득'이 되지만 거래 성사단계에서는 '실'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평가한다.

'A기업과 B증권사의 친밀한 인간관계' 덕분에 "함께 일해 봅시다"라며 거래가 시작된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A기업 회장님과 C기업 회장님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끝내 거래가 무산된 경우도 적지 않다. '이해타산'과 '인맥'이 불협화음을 만들 때 거래는 제 갈 길을 잃어버린다.

현재 칸서스의 금호생명 인수는 기관투자가들의 '형님'격인 국민연금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 국민연금의 투자금 제공여부가 거래 성사여부의 관건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또 다른 인맥관계가 거론된다. 김영재 대표나 박해춘 국민연금 이사장은 모두 금융권을 주름잡았던 특정 인맥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이다.

물론 거래와 연결시키기에는 그리 강하지 않은 연결고리라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칸서스가 금호생명을 실제 가치보다 비싸게 샀다거나, 국민연금이 상식 이상의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면? 몇 년 뒤 누군가는 이들의 묵은 인간관계를 슬며시 거론할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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