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주치의가 전하는 17일 밤부터~임종까지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 2009.08.18 17:43
"응급상황입니다. 혈압상승제 최대용량으로, 산소공급도 높이세요!"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위기의 그림자가 처음 드리운 것은 서거 전날인 17일 밤 11시 경이었다. 혈압이 떨어지면서 산소포화도가 급속히 낮아진 것. 비상대기하고 있던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은 혈압상승제를 투여하고 산소공급을 최대화하는 응급조치를 실행했고, 다행히 김 전대통령은 1시간 후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18일 오전 6시부터 다시 상태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전날 밤과 같은 방식의 집중치료가 진행됐고, 아슬아슬한 상황은 오전 내내 유지됐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11시 40분 경 염증반응이 전신으로 퍼져나가 겉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의료진은 더이상 회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다.

주치의였던 장 준 호흡기내과 교수는 "보통은 혈압이 떨어지거나 산소포화도가 낮아지면 수혈이나 혈압상승제 등을 투여해 개선시키는데 2시간 전부터는 이 같은 치료가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며 "산소공급량을 높여도 반응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때까지만해도 김 전 대통령은 눈빛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희호 여사가 중환자실과 대기실을 오가며 그를 지켜봤다. 장 교수는 "중간 중간 깨있을 때는 멍하니 눈만 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여사와 눈을 마주치고 의식이 있음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서거가 임박했다고 판단, 가족과 지인들이 김 전 대통령 곁으로 모인 것은 1시 10분 경. 1시 35분 맥박이 매우 느려지고 심전도가 평평해지다가 5분 후인 40분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43분 심장이 멈추며 또 다른 주치의인 정남식 심장내과 교수가 김 전 대통령의 사망을 선고했다. 85년 일생을 마감하던 순간이었다.

이희호 여사는 오열했다. 정 교수는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이 떠나는 순간인데 누구라도 같지 않겠냐"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심장이 정지했을 때 취해지는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는 시도되지 않았다. "해도 차도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심폐소생술은 심장마비나 졸도 등 심폐소생술로 충분히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환자에게만 적용한다"며 "김 전 대통령은 심폐소생술로 살아날 가능성이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사인은 다발성장기부전. 신체에 염증성 반응이 심해지며 모든 장기에 영향을 미쳐 주요 장기들이 동시에 나빠지는 상태다. 심장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며 의식장애가 오고, 호흡부전, 신부전, 간부전 등이 동시에 일어난다.

장 교수는 "염증반응이 혈액과 골수 등으로 퍼지며 간과 폐 등 주요 장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심장기능이 정지되는 상황을 맞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관련 김 전 대통령은 37일 간의 입원기간 동안 폐렴으로 시작해 급성호흡곤란증후군, 폐색전증 등 합병증을 앓았다.

정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심장은 매우 튼튼했다"며 "이번 폐렴만 아니었으면 더욱 오래 사셨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생전 김 전 대통령에 대해 "필요없는 약이나 증명되지 않은 약은 전혀 먹지 않고 100% 의사 말을 따르는 '성실한' 환자였다"며 "최선을 다했지만 안타깝게 서거하신 김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고 씁쓸한 심경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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