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없이 개학' 신종플루 진풍경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 2009.08.18 15:01

해외여행 다년온 교사 출근 못해…등교후 귀가조치된 학생도

"선생님이 다섯 분이나 못 나오셨어요."

신종 인플루엔자 감염 우려가 확산되면서 일선 초·중·고교에도 비상이 걸렸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경기여고는 18일 개학했지만 5명의 교사가 출근을 하지 못했다. 해외여행 후 입국한 지 1주일이 지나지 않아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12일 신종플루 위험국에서 입국하는 학생, 교원에 대해 7일간 자택격리하면서 이상이 없을 경우 등교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공문을 내려보낸 바 있다.

강남권에 위치한 경기여고의 경우 해외여행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직원 대책회의를 열고 학생 및 교직원들에게 귀국 1주일이 안됐으면 등교하지 말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를 보냈다.

개학 당일에는 출근하지 못한 교사의 반에 대체교사를 투입하고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등 신종플루 위험국가에 다녀온 학생들을 일일이 조사했다.

김병오 경기여고 교감은 "선생님까지 나오지 못해 당혹스럽다"면서도 "작은 부분에 연연하다 더 큰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조치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개학한 여의도여고에서는 등교했다 귀가조치를 받은 학생이 발생했다. 귀국한 지 1주일이 안된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오관석 여의도여고 교감은 "전교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생 1명이 등교금지에 해당돼 집으로 돌려보냈다"며 "선생님들 중에서는 미국에서 연수 중인 분이 두 분 계시지만 아직 귀국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의 경우 학습부담 때문에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학생이 많지 않고 방학 중에도 방과후학교 신청자가 많아 신종플루 집단감염 사례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초·중학교는 방학기간을 이용해 어학연수나 해외 봉사캠프 등을 많이 다녀와 신종플루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해외여행자가 많은 서울 강남 지역 학부모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강남구 일원동에 사는 한 학부모는 "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인데 친구들이 필리핀 등으로 어학연수를 갔다가 이번 주에 들어온다고 들었다"며 "1주일 동안 학교를 보내지 않는 게 부담스러워 해외여행 사실을 숨기고 등교하는 아이가 있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지역 고등학교들은 17~19일 대부분 개학하지만 중학교는 24일, 초등학교는 26~27일 개학하는 학교가 많다. 때문에 초·중학교는 개학 전에 해외여행자를 파악하느라 분주하다. 담임교사들은 SMS 발송은 물론이고 비상연락망을 통해 일일이 학부모와 통화하며 해외여행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강남구 수서동에 위치한 대왕중학교의 김승수 교감은 "가정통신문을 수 차례 발송하고 학교 홈페이지에도 관련 내용을 탑재하는 등 피해가 없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개학 당일에도 이상 유무를 별도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아직까지 관내 학교에서 신종플루 감염사례는 없다"면서 "학교에서 안내하는 대로 주의를 기울이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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