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현정은 회장 방북으로 '일석삼조'

전혜영 기성훈 기자 | 2009.08.17 17:22

경제난국 타개+南·美 관계개선+김정일 건재과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다섯 번씩 체류 연장하게 하며 '애태우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면담에서 '화끈하게' 인심을 썼다. 금강산 관광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간 갈등을 고조시켰던 5대 현안에 대해 일괄 합의를 해 준 것. 이처럼 '통 큰' 합의를 통해 북한이 얻은 것은 무엇일까.

◇달러 소득원 재가동 기대= 북한은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와 원조 감소로 전체 GDP의 5%에 해당하는 1억7000만 달러(약 213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1년에 수천만 달러를 챙길 수 있는 금강산, 개성관광 재개는 북한의 '달러' 가뭄을 일거에 해결해줄 돌파구가 될 전망이다.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객의 경우 △당일 30달러 △1박 48달러 △2박 80달러, 개성은 1인당 100달러를 북한 몫으로 떼 주고 있다. 여기에 양측이 백두산 관광을 새로 시작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추가 수입도 기대된다.

아울러 남측과의 관계가 개선되면 이명박 정부 출범 이전까지 매년 제공받던 쌀과 비료 등 인도적 원조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정부가 2002년 이후 2007년까지 북한에 지원한 쌀은 모두 250만톤으로 연평균 42만 톤에 이른다. 만성적인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남측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美 이어 南과 관계개선 시도= 김 위원장이 현 회장 방북을 통해 남한과 관계개선을 시도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미국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지적이다. 차남 김정운으로의 후계 구도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김 위원장에게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

한 대북소식통은 "북한이 미국 여기자들을 석방한 데 이어 유 씨를 풀어주고 현대와 대대적인 교류 합의까지 한 것은 미국과의 대화를 위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남북관계에 성의를 보여 결국 북미간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


미국은 직접대화를 희망하는 북한을 외면한 채 비핵화 조치 이행을 요구하며 6자회담 틀 내에서만 대화 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클린턴 방북 이후 정치적 약속만 있다면 비핵화 이행 없이도 대화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등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어 북한의 짝사랑이 실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정일 건재 전 세계에 과시= 김 위원장은 현 회장의 방북을 통해 자신의 건재를 재차 과시했다. 김 위원장은 건강악화설이 고조되면서 "1년을 넘기기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달 초 클린턴 방북시 건재함을 과시한 데 이어 현 회장과의 접견을 통해 통치력에 문제가 없음을 대내외에 알렸다.

김 위원장은 현 회장이 북한에 머무르는 동안 함흥, 원산 등지의 현지시찰을 진행했고, 면담에서도 4시간가량 대화를 나누며 건강 이상설을 일축했다.

◇연안호 카드는 남겨둬=현 회장의 방북으로 '일거삼득'의 효과를 본 북한은 연안호 송환 문제를 미제로 남겨두면서 마지막 '카드' 한 장을 손에 쥐었다. 연안호는 지난달 31일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었다가 예인됐는데 북측은 억류 19일째인 이날까지도 연안호 송환과 관련, 특별한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

현 회장은 귀환 직후 연안호 선원 석방 문제에 대해 "(북측으로부터) 통일부 당국자와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잘 될 것이라고 생각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향후 협상을 위한 '카드'를 남겨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장기 억류돼 있던 유 씨를 풀어준 만큼 북한 입장에서 연안호 송환문제까지 서두를 이유는 없었을 것"이라며 "추후 협상을 위한 카드로 남겨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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