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北 합의이행, 어디까지 가능한가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 2009.08.17 15:47

정부 "현정은 회장 민간차원, 당국 협의 필요"… 정부 행보 '촉각'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귀환하면서 북한과의 합의안이 어디까지 이행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을 넘겨받은 정부는 먼저 당국간 협의가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회장, '비공식특사'? '단순사업자'?=현 회장은 17일 오후2시 23분쯤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 출입사무소를 통해 귀환했다. 평양으로 떠난지 7박 8일만이다.

현 회장은 지난 10일 북한을 방문해 5차례나 일정을 연기한 끝에 △금강산 관광 재개 △육로통행 정상화 △개성공단 활성화 △백두산 관광 개시 △이산가족상봉 등 5가지 합의를 도출해냈다.

합의안이 충실히 이행되기 위해서는 사업 승인의 열쇠를 준 정부의 입장이 중요하다. 현 회장은 당초 정부의 '비공식 특사' 자격으로 방북길에 올랐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이번 합의는 어디까지나 민간차원의 합의"라며 "합의사항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당국간 대화를 통한 구체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 회장에게 정부 차원의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사전조율 가능성을 원천봉쇄한 것이다.

그러나 "현대 측이 정부 입장을 잘 알고 있다"는 말로 북측에 입장 전달이 잘 됐을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내 합의과정에서 정부 입장이 일정 부분 반영됐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천 대변인은 "정부가 현 회장에게 메시지를 전달하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현대그룹이 금강산 관광의 주체이기 때문에 관광 등 제반 현안에 대한 정부 입장은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북한과의 합의 내용을 정부와 사전에 조율하지는 않았지만 정부 기조를 충분히 알고 있는 만큼 우리 측 입장을 전달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5개 합의사항, 어디까지 이행 가능?=현 회장이 '민간차원'의 합의를 이뤘고, 정부가 '선(先) 당국간 협의'를 강조하고 있지만 합의안 이행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북측이 우리 정부가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관광객의 신변 안전 문제 등에 대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점 등으로 미뤄 양측 정부의 물밑 교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5개 합의 사항 중 이산가족 상봉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천 대변인 "이번 공동보도문 내용 중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해 남북 적십자 회담이 빠른 시일 내에 개최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추석 이전에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우선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단 1년만에 현대와 북측이 재개에 합의하면서 화제가 된 금강산 관광에 대해서는 신변안전 보장 등에 관해 남북 당국간 합의가 이뤄진다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천 대변인은 "남북간 합의가 이뤄진다면 재개가 가능하겠지만 정부는 남북 당국간협의를 통해 사건의 진상이 규명되고, 재발방지 대책과 함께 우리 관광객의 신변안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금강산관광은 지난해 7월 한국인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의 총격에 의해 사망한 이후 1년가량 중단됐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은 "금강산 관광 재개 여부는 현대 측의 방북보고를 받고, 관계부처 협의를 거친 후 결정될 수 있다"며 "신변안전 보장장치는 금강산 사업 재개를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개성관광 재개는 역시 같은 맥락에서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천 대변인은 "먼저 북한 측이 일방적으로 내린 군사분계선 통행제한 조치를 철회해야 하고, 그 다음에 우리 관광객들의 신변안전 문제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백두산 관광 개시는 사실상 관련 사업이 전면 보류된 상태이기 때문에 현대측에서 먼저 현지 상황을 검토한 후 필요한 승인 절차 등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이날 귀환한 현 회장으로부터 북한과의 구체적인 합의 내용과 배경을 보고받고 향후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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