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IG빌딩 임대료 '1달러'의 가치

더벨 길진홍 기자 | 2009.08.17 10:01

[thebell note]무상 임대로 저가 매수, 논란 불씨

이 기사는 08월14일(09:4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지난 6월 금호종금은 미국 현지 부동산개발회사 YWA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뉴욕 맨해튼의 AIIG빌딩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금호종금 컨소시엄이 제시한 건물 매입가는 1억5050만 달러, 한화로 약 2000억원 수준이다.

금호종금은 우선협상자 지위를 얻으면서 AIG의 임차가 종료되는 2010년까지의 운용수익을 포기했다. AIG가 금호종금에 지불하는 연간 임대료는 단돈 1달러. 사실상 무상으로 임대를 한 셈이다.

대신 금호종금은 빌딩 매입가를 낮췄다. 들어오는 임대수익이 적으니 매입가를 낮추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금호종금은 이처럼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자리한 초대형 업무용 빌딩을 평가액(4억~5억 달러)의 절반 수준에서 매입함으로써 향후 매각 차익에 대한 가능성을 키웠다.

그러나 AIG의 무상 임대는 조달비용 충당 문제로 이어졌다. 임대수익이 나와야 금융비용을 치르고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배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호종금은 2010년까지 금융권 이자 감당을 위해 2400만 달러(한화 300억원)를 오버 펀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자금조달은 순탄치 않았다. 일반적으로 오피스 빌딩의 경우 적정 임대료와 공실률, 운용 비용 등을 알아야 미래가치와 투자성을 가늠할 수 있다. ‘임대료=1달러’라는 상징적 수치만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했다.


미국의 빌딩 시장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 기관들의 보수적인 성향이 투자를 더욱 주저하게 만들었다. 특히 AIG 본사 건물 임대 종료 후 예정된 리노베이션 비용 부담 우려는 투자 불확실성을 더욱 키웠다. 투자자들에게는 향후 리노베이션에 따른 건물 가치 상승보다는 지금 당장 현금유입 방안이 더 중요했다.

결국 금호종금이 리노베이션 계획을 잠정 보류하고, 일부 투자 조건을 변경하고 나서야 신협, 농협 등의 국내 기관들이 관심을 보였다.

금호종금은 우여곡절 끝에 잔금을 마련, AIG빌딩 인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2010년 이후 AIG가 나가고 새로운 임차인이 들어올 것이다. 그 때쯤이면 AIG빌딩의 임대료와 공실률이 책정되면서 건물의 시장 가치도 윤곽을 드러낼 게 분명하다.

덩달아 1달러라는 파격적인 임대료를 제시하고 저가 매수 전략을 편 금호종금의 선택이 무모한 것인지, 아니면 옳은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전까지는 무상 임대와 투자전략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먼 이국땅에서 벌인 한판 승부수가 일을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엉뚱한 곳에 에너지를 쏟아 붓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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