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 '뚝심경영' 마침내 결실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 2009.08.17 09:02

김정일 만나 금강산 관광재개 등 5개사항 합의

- 현 회장 대북 '역할론' 확대
- 대북사업 입지도 탄탄히 굳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뚝심 경영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현 회장은 지난 10일부터 7박 8일간의 평양 방문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금강산 관광을 정상화하기로 합의하는 등 꽉 막힌 대북사업의 활로를 찾았다.

◇현 회장 뚝심 통했다

현 회장(사진)이 오랜만에 웃었다. 현 회장은 지난해 7월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고부터 약 1년이 넘게 취임 이후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 중단, 개성 관광 중단, 개성공단 계약 취소 등 북측의 강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뚝심으로 일관했다. "대북 사업 중단은 없다"며 대북 사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일관되게 밝혀왔다.

지난 3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8주기를 맞아 계열사 임직원들과 묘소를 찾아서도 "대북사업이 어려워서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빌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지난달 열린 현대그룹 용선(龍船, Dragon Boat)대회에서도 "대북사업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면서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내부적으로는 '자신감'을 강조함과 동시에 직원들의 사기를 복 돋았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앞줄 가운데)이 지난달 4일 전 계열사 사장단 및 임직원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강 거북선 나루터에서 개최된 '현대그룹 용선대회'에 참석해 임직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회장님이 대북사업 재개에 대한 의지를 밝혀왔다"면서 "이번 방북에도 대북사업 고비 때마다 성과를 가져온 현 회장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 회장 대북 역할론 확대..자신감 회복

현 회장의 이번 방북의 최대 목표는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44) 씨의 석방과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 등 대북사업 정상화였다.

남북관계 경색으로 유 씨의 억류는 130여 일이 넘었고 대북사업을 전담하는 현대아산은 금강산과 개성관광 등 대북 관광 중단으로 사업 자체를 재검토해야 하는 처지에까지 이르게 됐다.

결국 현 회장은 지난 4일 금강산에서 열린 고 정몽헌 전 회장 6주기 추모행사에서 리 부위원장을 만나 유 씨 석방 문제 등 당면 현안을 협의하기 위한 자신의 평양 방문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북측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한 뒤 초청장을 보냄으로써 방북이 성사됐다.


현 회장 방북 후 지난 13일 유 씨의 석방으로 기대감은 더 커졌다. 하지만 방북 일정은 예상처럼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체류 일정이 5차례나 연기되면서 "김 위원장을 못 만나는 것이 아니냐" "혹시 대북사업이 잘 안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결국 현 회장은 체류 일정을 5차례나 연기하면서까지 김 위원장을 만나 '통 큰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이번 평양 방문으로 현 회장은 명실 공히 대북 사업에 대한 확실한 입지를 구축하게 됐다. 사업자 자격으로 방북했지만, 당국 간 대화채널이 단절된 상황에서 정부의 대북 메시지를 전달한 '준 특사' 성격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북측의 현 회장에 대한 대접도 극진했다. 현 회장 일행이 머무른 백화원은 북한을 방문하는 국빈급 인사들이 머무는 고급 시설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현대그룹과 협상 파트너인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가 발표한 공동보도문에서 "김 위원장이 현 회장 일행을 오랜 시간 접견하고 따뜻한 담화를 하면서 청원을 모두 풀어주었다"고 전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현 회장이 유 씨 석방 문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대북 사업 현안 해결, 정부의 메시지 전달 등의 복잡한 임무를 띠고 방북했다"면서 "앞으로 우리 정부와 추가 협의가 필요하겠지만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찾아낸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제는 '경영'에 전념

현 회장은 2003년 고 정몽헌 회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3자녀를 둔 가정주부에서 그룹의 총수로 변신했다.

현 회장은 취임 후 '시숙부의 난' '시동생의 난' 등으로 불리는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지만 끝내 경영권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또한 적자에 허덕이던 현대그룹을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지난해 현대그룹은 매출 12조7800억 원, 영업이익 7600억 원을 달성하며 현 회장 취임 후 5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현 회장은 인프라·물류·금융 등 세 가지 부문을 성장 축으로 삼아 2012년까지 재계 순위 13위에 오른다는 '2012 비전'도 제시한 상태다.

현대그룹은 또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서는 '현대건설 인수를 통한 건설업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대북경협사업 중단이라는 사태를 맞아 그룹 전체가 혼란스러움을 겪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그룹의 상징적인 사업인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 등 대북 사업 정상화를 통해 그룹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4. 4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