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10년, 어떻게 변했나

이정흔 기자 | 2009.08.18 12:40

[머니위크 커버스토리]카페 파워

“야, 우리 이번주 토론수업 관련해서 얘기해야 되니까 저녁때 카페로 들어와.”
“카페? 커피숍에서 저녁때 보자고?”

지금이야 참 어이없는 대화 내용이다. 그러나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카페’라고 하면 ‘커피숍’을 먼저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1999년 5월 다음커뮤니케이션 카페 서비스. 1999년 9월 싸이월드의 클럽 서비스. 2003년 말 네이버 카페 서비스. 국내에 커뮤니티 서비스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카페 서비스가 시작한 지 올해로 꼭 10년을 맞았다.

카페 도입 초기인 1999년만 하더라도 PC통신 시절부터 사용하던 ‘동호회’라는 용어가 이용자들에게 더욱 익숙했다. ‘스타크래프트 테란 유저 카페’, ‘이승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 초기의 카페는 PC통신 동호회의 연장선상에 있는 취미 혹은 취향과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

이처럼 취미나 기호를 중심으로 형성되던 카페는 2000년에 들어서면서 점차 다양한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기능이 확대되기 시작한다. 취업 정보, 수험 정보까지 다양한 전문 정보가 카페를 통해 교류되고 축적된다.

“2000년대 초반의 카페는 네티즌들이 논의하며 집합적으로 구성한 체험형 지식이었습니다. 가령 토익관련 카페에 영어학원을 추천해달라는 질문이 올라오면 ‘어떤 학원은 책상이 불편하다’ 등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식들로 게시판을 가득 메웠습니다.” 신종섭 다음커뮤니케이션 커뮤니티/동영상 본부장의 설명이다.

2003년 말에는 네이버가 카페 무한용량을 표방하며 카페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2006년에는 야후에서도 카페를 선보였다. 특히 야후는 10대들을 타깃으로 한 ‘틴’을 카페로 청소년들에게 맞춤화 한 콘텐츠들을 확대해 나갔다.

이 시기에 큰 특징은 카페가 단순한 친목모임을 넘어서는 중요한 공공사안에 대한 논의의 공간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002년 ‘미군 여중생 장갑차 사건’이나 ‘제16대 대통령선거’와 같은 사안을 거치며 카페는 정치나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해 갔다.

미니홈피나 블로그 등 1인 미디어가 큰 인기를 끌었던 2005~2006년 무렵에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카페와 블로그나 미니홈피와 같은 1인 미디어가 인터넷 커뮤니티의 두축을 이루며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용자들이 블로그 등 개인에 맞춤화된 서비스에 익숙해지면서 카페에서도 이 같은 서비스를 기대하게 된 것이다.

신 본부장은 “최근에는 정형화된 카페에서 탈피, 나만의 디자인으로 꾸밀 수 있게 하거나 블로그와 연계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페 용어 따라잡기

“시삽님, 등업 좀 부탁드려요~.”

카페 게시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말이다. 시삽? 등업? 카페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온라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그들만의 언어가 아리송하다.

카페에 가입하고 회원이 됐다고 해서 모든 게시글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등급을 올려준다(업)는 의미의 ‘등업’이 필요하다. 카페에 가입한 직후에 회원들이 받는 등급은 ‘준회원’이 대부분. 카페에 마련된 ‘등업신청란’에 간략한 자기소개를 올리고 등업을 신청해야 대부분의 글을 읽을 수 있는 ‘정회원’의 자격을 얻는다. 커뮤니티로서 카페의 기능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셈이다. 고급 정보에 접근하고 싶다면 활발한 활동을 통해 정회원 이상으로 등업에 성공해야 한다. 게시글을 몇번 이상 올릴 것, 혹은 정모에 참석할 것 등이 기준이 된다.

회원의 등업을 결정하는 권한을 비롯해 카페 관리 기능을 갖고 있는 운영자를 지칭하는 용어가 ‘시삽’이다. 이들은 카페를 모니터하며 지나친 홍보성 글이나 외설적인 글로 도배돼있는 스팸성 게시글이 올라올 경우 삭제하거나 게시판을 옮길 수 있다. 또 이러한 글을 올린 회원을 ‘강퇴’ 하거나 ‘등급을 낮추는’ 권한도 행사할 수 있다.

카페에 필요한 게시판 목록을 설정하는 등 카페의 큰 틀을 짜는 것 역시 시삽의 일이다. 카페 전체를 '양도' 혹은 '폐쇄' 하는 권한도 시삽이 갖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시삽 혼자만의 결정으로 여러 사람의 공간인 카페를 함부로 처리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규제 장치를 보완하고 있다. 아무리 시삽이라도 회원들의 투표를 거쳐 대다수 동의를 얻어야만 카페를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카페 규모가 작을 때는 한사람의 시삽이 모든 업무를 다 처리할 수 있지만, 회원수가 늘어나고 카페 규모가 커지다 보면 여러 사람이 업무를 도와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는 ‘카페 운영진’을 따로 모집해 업무를 분담하고 카페 관리 기능을 나누어 갖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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