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간 현정은 회장 귀환, 왜 자꾸 미뤄지나

전혜영 기자, 김보형 기자 | 2009.08.14 11:47

김정일 위원장 면담 불발 가능성 커

동정보도 전혀 없어 일정파악 불가

방북 중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귀환이 또 늦춰졌다. 당초 2박3일 예정이던 짧은 방북 일정은 세차례 연장 끝에 지금까지 5박6일로 늘어났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직접 면담 성사 여부도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세번째 일정연기..'2박'이 '5박'으로= 현대그룹은 14일 "현 회장 일행이 입경을 하루 늦추겠다고 전해왔다"며 "15일 돌아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 회장은 이날 오후 2시께 귀환할 예정이었으며, 현대그룹 측도 이에 맞춰 현 회장의 귀환 준비를 서두르고 있던 터다.


현 회장 일행의 귀환이 수차례 연기된 이유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된 사항은 없다. 그러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이 성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 회장은 방북 당시 곧바로 김 위원장을 만날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면담이 계속 불발되면서 이미 2차례 일정을 연장한 바 있다. 특히 13일에는 4개월 넘게 북한에 억류돼 있던 현대아산 근로자 유성진씨가 전격적으로 풀려나면서 면담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고조됐지만 끝내 두 사람의 면담은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현대 측으로부터 받은 보고에 따르면 현재까지는 면담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현 회장 방북 당시부터 여러 가지 추측이 있었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은 없었고, 면담 가능성에 대해서도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 만나나, 못 만나나..김 위원장 속내는?= 현 회장의 이번 방북은 북한과 사전에 조율 작업을 거쳤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현 회장이 방북한 지 5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김 위원장과의 면담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현 회장이 평양에 도착한 뒤에도 현지시찰에만 주력하고 있을 뿐이다. 조선중앙통신은 12일 새벽 김 위원장이 함경남도 함흥시에 위치한 김정숙해군대학을 시찰했다고 보도했고, 오후에는 김 위원장이 함흥 대극장에서 북한군 장병들과 함께 연극 '네온등 밑의 초병' 공연을 관람했다고 전했다. 이어 13일에는 김 위원장이 강원도 원산시로 이동해 송도원 청년야외극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보도했다.


천해성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동정은 전날 보도된 송도원 청년 야외극장 현지지도 외에는 확인하기가 어렵다"며 "현재 위치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는 고도의 '애태우기' 전략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 대북 소식통은 "특별한 사유 없이 일상적인 현지시찰을 진행하면서 면담에 응하지 않고 있는 걸로 미뤄 김 위원장이 고도의 심리전을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향후 행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남 총책 통일전선부장 면담 성사= 현 회장은 13일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는 실패했지만 대신 김 위원장의 최측근 가운데 하나이자 대남 정책 총책임자인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조건식 현대아산 회장은 이날 오전 출경 전 "현 회장이 김 부장을 만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지난 2007년 3월 통일전선부장에 임명된 뒤 같은 해 10월 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담에 북측 인사로는 유일하게 배석한 인물이다. 특히 억류된 자국 여기자를 석방하기 위해 지난 4일 북한을 방문한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접견과 만찬에도 빠짐없이 자리를 지켰다.

이에 따라 현 회장이 김 부장을 만난 것이 김 위원장을 만나기 전에 양측 간의 의견을 사전 조율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 대북소식통은 "김 부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악화된 남북관계 속에서 상당수의 대남전문가들이 물러난 상황에서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물"이라며 "그런 김 부장을 현 회장이 만났다면 김 위원장을 만날 가능성도 높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대남 관계에서 자존심을 중시하는 북측이 현 회장과의 면담을 김 위원장이 아닌 김 부장급에서 정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어 김 위원장과의 면담 성사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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