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도 "따기만 하면" 입찰비리 우려

머니위크 이재경 기자 | 2009.08.19 10:49

[머니위크]담합과 로비의 화수분 '입찰'

최근 한 교수가 폭로해 논란이 됐던 건설업계의 입찰 비리. 사회적 파장이 컸지만 사실 업계에서는 '관행 아닌 관행'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다. 이른바 턴키 공사를 둘러싼 담합과 로비다.

그동안 이미 다수의 대형 건설사들이 턴키 공사 입찰에서 담합 등으로 제재를 받아왔다.

건설사들이 담합과 로비를 주저하지 않는 것은 쏟아 부은 비용에 비해 큰 이문을 남길 수 있어서다. 경쟁입찰이면서도 정부 예산금액의 90%가 넘는 선에서 낙찰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예산낭비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항상 뒤따른다.

문제는 정부가 추진 중인 4대강 사업 관련 공사 역시 대부분 턴키 방식으로 발주된다는 점이다.

국토해양부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최근 발주한 16개 공사를 포함해 24개 공사를 연내 턴키 입찰 방식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들 공사비만 총 5조3450억원에 이른다.

당연히 이들 사업도 담합과 로비로 얼룩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턴키(turn-key) 공사는 설계ㆍ시공 일괄 입찰 방식으로 설계에서부터 시공까지 전 과정을 한 업체가 맡아 하는 것이다. 입찰 전 설계비용 등이 많이 들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서는 낙찰을 위해 각종 방법을 동원하게 되고 자연스레 업체간 담합과 심사위원 로비로 이어진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담합으로 얼룩졌던 턴키 공사

사실 턴키 공사의 가장 큰 문제는 담합이다. 턴키 입찰 시장에서는 대형 건설사들이 단독으로 입찰하면 유찰되기 때문에 다른 건설사를 형식적인 경쟁사로 세우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들러리' 세우기다.

지하철 7호선 연장공구 들러리 입찰담합 사건이 대표적인 경우. 총 6개의 공구에 소위 '빅6' 업체인 대림산업,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GS건설, SK건설이 각각 하나씩의 공구를 수주하기 위해 공구별로 1~2개의 다른 건설사를 들러리로 내세운 입찰 사건이었다. 물론 입찰 가격도 사전에 합의했다. 각 공구를 수주한 6개사는 서로 겹치지 않도록 '공구분할'까지 합의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이들 12개 업체에 대해 시정명령하고 그 중 들러리로 입찰에 참가한 6개사에는 총 51억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구를 분할한 6개 업체에 대해서는 221억1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난 2006년 실시한 남강댐상류 하수도시설 확충공사의 경우 쌍용건설 등이 각사의 입찰금액을 사전에 98% 이상으로 가격협상을 벌여 합의한 사건이 발생했다.

2005년에는 하수관거정비 민간투자사업에서도 들러리를 입찰에 참여시키는 방법으로 특정회사가 수주하도록 사전에 합의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로비 들켜도 그만


심사위원들을 상대로 한 로비 역시 턴키 공사의 관행이 돼 왔지만 로비를 실행한 직원을 처벌하는 정도에 그칠 뿐, 업체는 전혀 제재를 받지 않아 왔다.

서울 동남권유통단지(가든파이브) 입찰비리 사건의 경우 관련 건설사 임직원, 대학교수(입찰 평가위원), 공무원들 28명 및 7개 건설업체들이 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대법원에서 결국 무죄로 풀려났다.

입찰 평가위원이 발주자나 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이에 앞서 검찰은 동남권유통단지 입찰 과정에서 높은 평가점을 주는 대가로 금품을 주고받은 건설업체 임원, 공무원, 입찰 평가위원(대학교수) 등 28명과 현대산업개발, 삼성물산, GS건설,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계룡건설, 대우건설 등 7개 건설업체를 기소했었다.

◆정부 대책도 '미지근'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도 최근 턴키 방식의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근본적인 해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국토해양부는 ▲뇌물수수에 대한 실효성 있는 처벌을 위해 3년 내 2차례 뇌물공여한 사실이 입증된 경우 해당법인의 등록을 말소 ▲입찰담합으로 3년 내 2차례 과징금 처분을 받은 경우도 등록 말소 ▲법인이 뇌물공여에 개입했다는 입증이 될 경우 강력하게 처벌 ▲턴키 심사위원에게 뇌물을 공여한 경우도 처벌하는 것 등을 골자로 관계법령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턴키 입찰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

경실련은 "낙찰자 결정은 가격과 설계평가로 나뉘어져 있으나 대부분 가격은 담합에 의해 이루어지며, 설계평가는 평가위원들에 대한 로비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감사원도 2007년 5월 ‘턴키 운영실태에 대한 감사보고서’에서 낙찰률이 높아 예산이 낭비되고 낙찰자 선정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해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턴키제도는 가격경쟁방식(최저가낙찰제)에 비해 20~30%포인트나 높은 낙찰율(약 92%)로 인해 수주만 하면 하도급을 활용해 공사도 하지 않고 막대한 차익을 남길 수 있다"며 "턴키제도를 폐지하고 2008년 유보시킨 최저가 낙찰제를 전면 확대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그간 최저가 낙찰제를 단계적으로 확대 시행해 왔지만 지난해 이후 건설경기 악화를 이유로 잠정 중단한 상태다.

최저가 낙찰제 대상 사업은 지난 2001년 1000억원 이상 공사였다가 2003년 5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한 후 2006년 300억원 이상 공사까지 넓어졌다.

원래 지난해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었으나 보류했다. 정부는 경기상황을 고려해 시행시기를 2012년까지 2년간 유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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