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만 카페의 힘, 세상을 바꾸다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 2009.08.18 09:28

[머니위크 커버스토리]카페세상 즐겨봤어/①카페 파워

다음에 약 770만개, NHN의 네이버에 약 600만개, SK컴즈의 싸이월드 약 200만개. 현재 각 포털 사이트마다 개설된 카페의 수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처음으로 커뮤니티 서비스인 카페 서비스를 시작한 지 올해로 정확하게 10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역사를 거쳐 다음에 현재 개설된 카페수 770만개는 오프라인 카페 및 음식점 수의 약 15배에 달하는 수치. 이 수많은 카페에 올라와 있는 게시글은 무려 36억개. 게시글 한개를 A4용지 한장으로 쌓았을 경우 에베레스트산 약 40개를 더한 높이에 해당된다. 지금도 매일 같이 4000개의 카페가 새롭게 개설되고 있는 중이다.

종류도 다양해졌다. 처음에는 단순히 취미로 카페에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다보니 전문성이 깊어지고, 영향력도 커졌다. 회원수 10만명을 넘는 대형 카페, 더 많게는 50만명을 넘는 초대형 카페들도 생겨났다. 이들 카페는 여느 매체 못지않은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지닌다. 이제 카페를 단순한 친목모임 정도로 치부하기엔 그 파워가 너무 막강하다.

지난 2008년 5월17일. 한겨레신문에 실린 광고 한편이 세상을 술렁이게 했다. 회원 8만명의 패션 커뮤니티인 다음 카페 ‘소울 드레서(http://cafe.daum.net/souldresser/)’가 광우병과 관련한 의견 광고를 처음으로 게재한 것이다. 광고비는 카페 회원들이 직접 거둔 성금으로 충당했다.

고정희 다음커뮤니케이션 카페기획팀장은 “카페 관련한 업무를 오랫동안 해 왔지만 카페에서 신문광고를 내는 것은 그때 처음 봤다”며 당시의 신선한 충격을 전했다. 고 팀장은 “지난해 특히 그런 현상들이 두드러졌던 것 같다”며 “카페가 단순히 규모만 커진 것이 아니라 그만큼 활동 내용의 깊이나 영향력이 증가한 것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카페 네크워크의 힘 ‘T자형 인맥 쌓기’

요즘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컨버스화. 그러나 컨버스화가 지금과 같은 큰 인기를 얻기까지 숨은 공로자가 있다? 의외의 주인공인 다름 아닌 커뮤니티 카페다.

사실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컨버스는 국내에서는 낯선 스타일에 유럽 사이즈라는 인식이 있어 몇몇 소수들만이 열광하던 말하자면 ‘마니아 운동화’였다. 그런데 이 컨버스라는 한가지 공통점을 지닌 마니아들은 2001년 ‘ALLSTAR★CONVERSE★’(http://cafe.daum.net/allstarconverse)’를 시작으로 다양한 컨버스 카페를 개설, 활동을 이어나갔다.

온라인 세상에서의 이 조그만 움직임이 변화의 시작이었다. 카페를 통해 마니아들 사이에서 퍼져나간 컨버스 열풍은 어느 샌가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는 스타일 있는 패션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실제로 코리아컨버스는 브랜드재구축을 위해 이 같은 카페에서 활동하는 마니아를 대상으로 '컨버스 열정 마니아'를 모집, 톡톡한 효과를 보기도 했다.

흩어져있는 마니아들을 하나로 모아 준 카페라는 공간이 컨버스가 국내에서 지금과 같은 인기를 얻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된 셈이다.

카페가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파워를 갖게 된 데에는 뭐니뭐니해도 ‘네트워크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 의견을 공유하고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커뮤니티 마케팅(돈이 보이는 온라인 시장 정복하기)> <잘 나가는 커뮤니티의 아주 특별한 비밀>의 저자 황홍식 씨는 이 같은 카페의 네트워크를 ‘T자형 인간관계의 힘’으로 설명한다. 바로 이 점이 웹 2.0 세상에서 블로그와 카페를 특징짓는 가장 근본적인 차이이기도 하다.

황씨는 “블로그는 개인이 작성한 콘텐츠를 독자들이 자유롭게 찾아와서 읽을 수 있는 공간이라면 카페는 여러명의 회원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블로그가 댓글을 통해 블로거와 1대 1로 반응한다면 카페는 회원들 사이에 자유롭게 글을 올리며 보다 다양하고 적극적인 정보 교류가 가능하다. 블로그가 모두에게 열린 정보라면 카페는 정보를 회원들만이 공유한다는 것도 큰 차이다. 동호회 내에서도 회원들의 활동 정도에 따른 등급이 매겨지고 이 등급이 높을수록 보다 전문적이고 고급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황씨는 “자기계발을 위해 가장 건설적인 인간관계를 보통 T자형 인간관계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의 전문 지식에 대한 깊이를 더해가면서(T자의 아랫부분) 동시에 여러 사람과 인맥을 넓혀갈(T자의 윗부분)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카페”라는 설명이다.

◆카페는 모두가 만들어 가는 공간

당연히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와 카페를 운영하는 시삽(온라인 동호회 운영자)의 역할도 다르다. 시삽은 동호회 내에서 회원들이 활발한 활동을 벌일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주고 수많은 회원을 관리하는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때문에 한때는 “카페 시삽은 대통령과 맞먹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 하지만 고정희 다음 카페기획팀장은 “지난 2006년 한 홍어관련 동호회에서 ‘카페는 운영자 개인이 아닌 회원 모두의 것’이라는 판례가 있었다”며 “요즘엔 카페 운영자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도록 투표를 비롯한 다양한 제도들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로그와 달리 카페에서는 배너광고 등으로 수입을 얻는 게 불가능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무리 적은 수입이라도 ‘이 수익이 누구에게 돌아가야 할 것인가. 카페 운영자? 회원?’ 또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등의 문제가 따라오는 것.

이용욱 다음커뮤니케이션 기업커뮤니케이션팀 매니저는 “현재로서는 카페 운영자 개인이 수익을 얻는 구조보다는 카페 이벤트를 통해 이벤트 상품을 회원들에게 골고루 혜택으로 주는 경우가 많다”며 “기본적으로 자신이 좋아서 참여하는 일인 만큼 개인적인 수익 없이도 회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 애쓰는 시삽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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