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전셋값, 고민 커지는 정부

머니투데이 김정태 기자, 권화순 기자 | 2009.08.14 09:12

은행권 전세대출도 급증…국묘책없어 전전긍긍

#.서울 송파구 트리지움 109㎡에 전세로 살고 있는 이재욱(가명ㆍ37)씨는 전세 계약 만료기간이 하루하루 다가오면서 한숨이 절로 나온다. 치솟는 전셋값에 재계약 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다. 이 씨는 지난 2007년 9월 입주 당시, 2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했지만 지금은 3억8000만원 이상을 줘야 한다. 4000가구 가까운 대단지에 이 마저도 전세 매물을 구하기 어렵다.

이 씨 못지않게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곳곳에서 전세 매물 품귀현상마저 일면서 하루가 다르게 전셋값이 오르고 있지만 딱히 묘책이 없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전·월세값은 매매값에 비해 심리적 요인보다 수급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단기 처방으로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이 없는 게 문제"라고 토로했다.

◇은행권 전세대출 증가세=정부의 집중 규제 대상인 주택담보대출 뿐 아니라 은행권 전세자금 대출도 연초에 비해 크게 늘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지난 11일 현재 2310억원이다. 올 1월말에 1411억원에 그쳤으나 6월 2076억원, 7월 2275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1월 말 51억원이던 하나은행의 전세자금 대출인 '하나 전세론'도 이달 11일 기준으로 203억원을 기록, 4배 가량 늘었다. 신한은행도 같은 날 현재 917억원으로, 1월 말(375억원)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 이처럼 전세대출이 늘고 있는 원인은 무엇보다 전세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이 국민주택기금을 위탁받아 서민을 대상으로 팔고 있는 전세대출도 급증세다. 지난 1월 78억원이던 하나은행의 신규 취급액이 7월에는 1231억원에 달했다. 우리은행 역시 7월 잔액이 4조5216억원으로, 1월(3조6597억원)대비 8619억원 가량 증가했다.

◇정부, "별 방안이 없다"=일각에선 전·월세 인상률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전세시장을 정부가 직접나서 규제하는 것은 부작용만 더 키울 수 있다는 점도 국토부로선 부담이다.

국토부는 일단 좀 더 시장상황을 지켜 보겠다는 입장이다. 9월부터 판교신도시를 비롯해 수도권 택지지지구 입주물량이 쏟아지면 전셋값도 어느 정도 안정화되지 않겠냐는 막연한 기대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서울의 전세 매물난까지 해소될 것이란 기대는 무리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세 수요는 통상 기존 생활권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직주근접의 속성이 있어 서울 전세 수요자가 수도권 외곽으로 옮겨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그나마 서울 전셋값 안정을 위해 취할 수 있다고 내놓은 대책은 도심형생활주택의 조기 공급. 아파트에 비해 원룸형, 다세대형 주택은 건축기간이 짧아 임대공급물량 부족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올해 공급될 물량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6월 민간사업자에게 사업승인을 내준 물량은 고작 서울 관악구 원룸형(149가구), 성북구 기숙사형 주택(21가구) 뿐이다.

올 연말 주공과 SH공사도 도심형 생활주택을 시범적으로 공급할 계획이지만 이 역시 공급부족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적은 물량이다. 송파구 삼전동과 강서구 방화동에 원룸형이 각각 60가구, 50~100가구, 서초구 우면동에 단지형다세대 150가구를 공급하는데 그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심공급 활성화를 위해 사업자의 승인절차를 빨리 내줄 수 있도록 서울시와 긴밀히 협조할 것"이라며 "또 도시형 생활주택 사업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가을철 성수기에도 전셋값이 계속 오를 경우 정부가 제시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전세자금 대출지원을 늘리는 정도다. 하지만 구체화된 것은 없다.

전세자금대출을 지원할 수 있는 국민주택기금도 최대 4조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1조6000억원은 상반기에 이미 집행돼 자금 지원 확대도 쉽지 않다는 게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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