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가 마음은 이미 10월에…"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09.08.13 17:17
"계절로 치면 한두 차례 찜통더위가 더 남았겠지만 마음은 이미 가을에 가 있다 ."

13일 한 정치권 인사의 말이다. 최근 정국을 보면 겉으론 '미디어법 정국'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지만 물밑에선 오는 '10월28일 재·보선'을 향한 수싸움이 가득하다는 얘기다.

불을 당긴 건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다. 원외 대표라는 한계 때문에 줄곧 출마설이 돌던 박 대표는 이날 경남 창원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권 창출에 기여했고 1년2개월간 집권 여당을 운영했으니까 심판 받으려고 한다"며 경남 양산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를 재확인했다. 집권 여당 대표의 재선거 출마 선언을 두고 한나라당 내에선 대표직 사퇴 시기, 당 지도부 개편 문제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고 민주당에선 정권심판론 띄우기 작업이 시작됐다.

이번 재보선은 지난 4월 재보선에서 패한 여권으로선 설욕전, 야권으로선 '정권심판'을 재확인할 기회다. 내년 6월2일 지방선거 전 민심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시험대라는 점에서도 여야는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대법원의 의원직 상실형 선고로 재보선이 확정된 지역은 경남 양산, 강원 강릉, 경기 안산 상록을 등 3곳이다. 10월 이전에 몇몇 지역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면 1~2곳이 추가될 수도 있다.

박 대표의 출마 선언으로 달아오르고 있는 경남 양산 재선거는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 격돌에 친노(친노무현) 인사까지 겹쳐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박 대표 외에 출마를 공식화한 사람은 이곳에서 17대 의원을 지낸 김양수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이 있다. 김 전 비서실장은 지난달 27일 지역 선관위에 예비후보 등록을 하며 의장비서실장직을 사퇴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친박 무소속 연대 후보로 출마해 33%의 지지율을 얻은 유재명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김 전 비서실장과 유 연구원 모두 한나라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면 무소속 출마라도 강행할 각오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문재인 전 비서실장의 출마에 공을 들이고 있다. 문 전 실장은 고사하고 있지만 출마 결심을 굳힐 경우 양산은 전·현 정권 인사가 맞붙는 최 대 승부처가 될 수도 있다.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송인배 전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 등도 자천타천으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특히 송 전 비서관은 최근 문 전 실장과 김 전 장관을 만나 출마 의사를 밝히고 지원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 강릉은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11일 친박계 심재엽 전 의원의 선거사무소를 찾는 바람에 민감한 지역으로 떠올랐다. 친이 쪽에선 청와대 김해수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권성동 법무비서관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심기섭 전 강릉시장, 최돈웅 전 의원, 최재규 도의회 의장 등도 물망에 오르내린다. 민주당에선 홍준일 전 청와대 행정관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가운데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 영입설도 나온다.

양산과 강릉 재선거가 친이·친박 격돌 양상을 보이면서 여권 내에선 지난 4월 경주 재보선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일고 있다. 경주 재보선에선 친박 무소속 정수성 후보와 한나라당 친이계 정종복 후보가 맞붙은 결과 정수성 후보가 당선됐다. 하지만 이번엔 박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유럽 특사 파견 제안을 받아들인 데다 조만간 이뤄질 개각에서 친박계 인사 입각 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친이·친박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 지난 재보선과는 다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수도권 격돌지인 경기 안산상록을에선 여권 후보로 이진동 전 한나라당 당협위원장이 출마표를 던졌다. 야권에선 임종인 전 열린우리당 의원과 김재목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물밑에선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등 '거물'들의 출마설도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출마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치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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