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파업 시작 후 84일 만에 완성차 생산이 시작된 쌍용차 평택공장 분위기는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떠나보낸 동료들에 대한 회한, 부품 공급 우려, 신차개발 자금 조달 문제 등 완전 정상화까지 숙제가 쌓였다. 인수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나긴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이날 오전 9시 3000여명의 직원들은 본관 뒤 광장에서 재가동을 기념하는 '첫 조회'를 갖고 각자 일자리로 돌아가 전 공장의 작업을 본격화했다.
오전 10시30분 '첫 차'인 '체어맨W'도 나왔다. 입사 16년차인 허남렬 직장(41)은 마지막 차량 불량 점검을 끝내고 "일하는 게 이렇게 행복한지 처음 알았다"며 "떠난 직원들이 돌아오는 날까지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직원은 "마치 신차가 나오는 것처럼 언론의 관심이 쏠리는데 실은 이미 거의 세달 전에 나갔어야 하는 차라는 걸 생각하면 씁쓸하다"고도 밝혔다.
쌍용차는 이날 74대를 생산하는 것을 비롯해 이달 말까지 2600여대를 만들고 9월부터는 월 평균 4000대(위기 이전 40% 수준) 이상을 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유일 법정 관리인은 "이번에 회사를 떠난 2170여명의 희생을 기억해서라도 반드시 조기 정상화를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퇴직위로금 등 구조조정 비용 1300억원은 이날 산업은행과 최종 서류작업을 마치고 내주 초 입금된다. 박영태 법정 관리인은 "신차 개발비는 부동산 매각이나 리스 앤 바이백(매각 후 임대) 등 여러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부품사들은 부도사태를 우려한다. 최병훈 쌍용차협동회 채권단 사무총장은 "신차에 들어가는 부품 설비를 다 선투자 해놓고 어음 끊어놓은 터라 신차 개발자금이 안 나오면 공장이 돌아가더라도 부품사들은 연쇄부도가 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사정은 다급하지만 궁극적 해결책인 매각작업에는 아직 난제가 많다. 현재 국내 대기업 및 중견그룹, 해외 업체 등 3~4곳과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이 관리인은 이날 "인수자를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강조해 다각도로 협의를 벌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쌍용차가 원하는 '회사를 발전시킬 장기적 투자자'가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거론되는 몇몇 국내 업체들은 "관심 없다"고 인수설을 일축하고 있고 러시아 등 신흥국 기업들은 기존 상하이차처럼 장기 투자보다는 기술 빼내기나 단기적 수익을 노릴 공산이 크다.
다만 희망은 직원들의 의지다. 라인 곳곳에서 직원들의 손길, 작업 지시 하나하나에 어떻게든 회사를 살리겠다는 마음만은 분명히 읽혔다. 가장 친한 동료가 이번에 회사를 떠났다는 한 직원은 "반드시 우리 회사를 살려낼 것"이라며 눈빛을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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